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지만, 이번에는 정치를 바라보는 입장에서 한 마디 해볼까 한다. 2008년에 중국을 강타한 쓰촨 대지진. 무려 7만명의 사망자를 낸 최악의 참사였다. 이런 최악의 참사가 발생하면 그 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국가 시스템의 취약점들이 노출되기 마련이다. 엉터리로 지은 학교가 폭싹 내려 앉으면서 학생들이 몰살당하는 등의. 이럴때 최고지도자가 현장을 방문하는 목적은 구조, 복구활동에 도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민심의 수습과 위로를 위해서다. 대 참사를 겪은 사람들은 … [Read more...] about 참사, 재난에 필요한 지도자의 이미지
사회
상상력이 없는 교육의 문제
중·고등학교 때는 삼각함수가 삼각형에 관한 것인 줄 알았다. 원을 통해서 싸인, 코사인, 탄젠트를 정의하고 이후 좌표평면에서 이들 함수를 그리는 법을 배우긴 했지만 그게 뭔 말인지 사실 잘 이해를 못 했다. 대학에 들어와서야 혼자서 수학 공부를 하다가 사실 삼각함수는 삼각형에 관한 게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 사이클(cycle)에 관한 것이며, 그래서 정의를 할 때도 원을 통해서 했다는 걸 알게 됐다. 삼각함수의 함수별 주기를 달달 외우게 했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렇게 이해하고 … [Read more...] about 상상력이 없는 교육의 문제
세월호, 갖춰진 시스템이 실행되지 않은 이유
과거 타이타닉호의 침몰은 서방국가들에게 퍼져있었던 문명의 진보에 대한 낙관을 침몰시켰습니다. 이번 세월호의 침몰은 한국이 선진국이라는 혹은 선진국에 근접했다는 낙관과, 개인이 각자 자신의 일에 충실하면 제1세계에 근접한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완전히 침몰시켰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스템의 부재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시스템이 존재하더라도, 그것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으면 이 역시 재앙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시스템이 존재 하지 않았는지, 있는데도 고의로 혹은 실수로 이를 어겼는지 검토 … [Read more...] about 세월호, 갖춰진 시스템이 실행되지 않은 이유
11년 희생해 1억 원 모은 청춘을 예찬하는 언론
피천득의 ‘은전 한 닢’에서 한 거지가 묘사된다. 그는 '그저 은전 한 닢이 갖고 싶어' 여섯 달 동안 구걸을 해가며 동전을 모으고, 동전을 각전으로 바꾸고, 각전으로 은전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지나가는 행인에게 검사받고 싶어 한다. 의심하는 행인에게 거지는 말한다. "이 돈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연봉 2000만원이 적은가요?" 20대에 1억 모은 짠돌이’라는 기사를 보면서 위 소설이 다시 떠올랐다. 이 청년을 거지라 보는 건 아니다. 14년 이상 봉사활동도 했을 정도로 훌륭한 … [Read more...] about 11년 희생해 1억 원 모은 청춘을 예찬하는 언론
기형아 위기를 막은 미국 공무원, 23명의 죽음을 막지 못한 한국 공무원
1만 명의 기형아를 낳을 뻔한 미국, 한 명의 여성이 구하다 프랜시스 켈시라는 미국의 여성 공무원이 있었다. 소속은 FDA, 즉 미국식품의약국이었는데 신약 심사 후 판매여부를 결정하는 일을 맡았다. FDA에서 처음 맡은 일은 임산부의 입덧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독일 신약의 미국 내 판매 여부에 대한 심사였다. 약의 이름은 탈리도마이드. 입덧뿐 아니라 두통, 불면증, 식욕저하 등 거의 모든 임신증후군에 잘 듣는다는 소문에 유럽 각국에서 선풍적인 반응을 보였고, 세계 최대 시장인 … [Read more...] about 기형아 위기를 막은 미국 공무원, 23명의 죽음을 막지 못한 한국 공무원
디스패치를 더 신뢰해야 하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모든 비극에 애도를 표한다. 부디 기적이 일어나길 바란다. 세월호 사건으로 평소보다 더 빠르게 흘러가는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눈에 띈 위근우(@guevara_99)님의 트윗이다.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비약적으로 많아졌는데, 왜 진실에 대한 접근은 더 어려워지는 기분일까. 이번 참사와 관련해서 내가 느끼는 것도 같다. 뉴스가 정말 많지만, 어떤 것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평소라면 쉽게 믿을 수 있었던 뉴스들이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고, … [Read more...] about 디스패치를 더 신뢰해야 하는 한국 언론의 현주소
더 큰 선장에게 물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사고를 접했을 때 말을 아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느냐고 손가락질하기보다는 어떻게든 한 명이라도 살려내기 위해 손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더 큰 잘못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젠 말해야 겠습니다. 침몰한 세월호에서 시신이 한 구 두 구 수습되면서 기적이 일어나길 간절히 기원했던 국민의 소망이 비통한 울음소리에 묻혀버리는 지금, 말해야 겠습니다. * * * 선장은 누구입니까? 승객을 버리고 저 혼자 살겠다고 가장 먼저 … [Read more...] about 더 큰 선장에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
여전히 슬프다. 학생들은 추운 바다에서 떨고 있고, 또 죽어가고 있다. 우리는 수많은 방법을 동원해서, 어떻게든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려고 하지만, 인간의 힘이 미약하고 온전하지 못해 아이들을 배 밖으로, 뭍으로 끌어오지 못하고 있다.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이 동원되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가고, 해는 야속하게 뜨고 지기를 반복하며, 만조와 간조는 어제와 다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선장만이 아니다,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선장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 [Read more...] about 우리는 아무것도 배운 게 없다
세월호의 교훈: 시장경제의 이름으로 기업의 도덕성을 희생하지 말라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정치가 중단됐다. 진보건 보수건 언론과 정치가 이렇게 불신 받던 때가 있었던가? 아이들이 주된 희생자가 되었지만, 언론은 다른 이들의 고통을 스펙타클로 만들어 윤리성을 의심받았고, 정부는 과연 시민의 생명을 지킬 능력이 있는지 의심받고 있다. 정치는 접근도 하지 못하고 배척당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을 일으킨 원인, 우리 주변에도 즐비하다 하지만 결국 정치가 일을 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선장과 선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고, 대응에 실패한 기관장을 경질하는 … [Read more...] about 세월호의 교훈: 시장경제의 이름으로 기업의 도덕성을 희생하지 말라
선장에 앞서, 문제는 시스템이다
사고 직후 선장의 행동이 사고를 대형참사로 만들었다는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고 그 내용들을 보면서 나도 부글부글 끓는다. 다만 선장 월급이 270만원에 계약직 직원이라는 기사를 보고 나니 '악마'로 밖에 보이지 않던 선장에 대한 약간의 연민이 생긴다. 돈 조금 받는다고 자기 할 일 제대로 안 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허나, 수백 명의 목숨을 책임져야 하는 대형선박의 선장에게 월 급여 270만원은 너무 작지 않은가. 저임금 계약직을 선장으로 내세운선박회사 시간강사 … [Read more...] about 선장에 앞서, 문제는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