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 카페 사업자로 느끼는 늘 현금이 부족한 이유에 대해서 작성해 보았습니다. 위기를 기회 삼아야 한다는 말은 많지만 실제로 기회가 되는지, 이게 기회인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저 역시 매번 어려운상황이 되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낭떠러지에 다다라서야 하늘을 나는 법을 배우는 것일까요.
버티고 견뎌 왔던 그간의 경험을 공유해봅니다.
1. 결국 이익의 싸움이다
매출 몇천만 원이 나오는 것도 좋지만 결국 남는 건 ‘내 손에 얼마나 돈이 벌리냐’입니다. 남는 게 없다는 말 심심치 않게 하시는 분들 많은데, 카페 하면서 느낍니다. 정말 남는 게 없습니다. 왜 안 남을까요? 저도 근 몇 년간 장부상, 재무제표상 이익은 나왔지만 남는 게 없다는 말을 뼈저리게 느끼는 중입니다.
제 결론은 이렇습니다. 매출 싸움이 아니라 이익 싸움으로 가야 합니다. 그런데 그간 시행착오를 돌이켜보면 모두 매출 싸움으로 승부를 보려고 했던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습니다.
저는 스타트업도 함께 운영하기에 매출 싸움으로 승부를 보려던 경향이 더 강했습니다. 그래야 거래액 증가를 통해 향후 기대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말입니다. 스타트업 서비스는 매출액이 증가하면서 커지는 이익 구간을 검증해서 이를 바탕으로 이후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계기가 있습니다.
그러나 카페는 아니었습니다. 이익을 포기하고 매출에 신경 쓰면 매출 싸움을 그만둔 후에도 관성처럼 유지되는 구조는 아닙니다.
2. 작은 지출이 모이면 큰 비용으로 돌아온다
힘드니까 알바 한 명 더, 알바가 힘들어하니 한 명 더, 오늘은 바쁘니까 한 시간 더. 재료가 부족할 거 같으니 넉넉하게, 재고가 비어버리면 불안하니 추가로 왕창왕창. 이렇게 여러 가지 요소들이 많은데, 이런 게 모이면 정말 큰 지출이 됩니다.

일례로 스텝 비용은 평균 하루 20만 원 정도를 잡아먹습니다. 1달이면 6백만 원 수준입니다. 직원 1명은 하루 10~15만 원입니다. 역시 한 달 워킹데이 기준으로 250~300만 원입니다. 여기에 4대 보험과 보이지 않는 비용을 더하면 순식간에 친구들에게 지급되는 인건비가 몇백을 차지합니다.
재료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자재야 나중에 사용한다고 치지만, 부피감 큰 부자재들은 재고 공간을 잡아먹습니다.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상태라면 추가로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실제 20평 카페에서 임대료가 월 200만 원이라고 치면, 평당 보증금 100만 원에 10만 원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1테이블 2인석 기준으로 1평을 잡으면 기대 매출은 월 100만 원 정도입니다. 그런데 실제 재고 수준에서는 공간을 금액으로 환산하지 않기도 하고 애매하기도 하니 넘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지출이 쌓이면 생각보다 큰 지출이 됩니다.
그뿐일가요. 어디에 어떤 게 위치해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급하게 추가로 구매하게 됩니다. 손님은 기다려주지도 않고 우리의 사정을 이해해 주지도 않기 때문에, 급하게 구매하는 경우도 그날의 지출이 되어버립니다.
3. 가장 큰 비용은 인건비, 하지만 피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건비는 정말 큰 이슈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또 지출이 필요한 요소들이 있습니다. 법적인 이슈와 세금 이슈가 그것입니다. 이것에 대한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괜한 시간적 허비가 발생하게 됩니다.
귀찮아서 미룬 근로계약서, 확인되지 않은 증빙서류 등을 생각해 보세요. 해고와 관련한 어정쩡한 태도와 구두로 전달된 모든 거래 등이 하루아침에 문제로 돌변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안 좋고 매장이 안 바쁘니 퇴근할래? 이렇게 말해도 어떤 친구들은 계약상 근무기간을 산정해서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모든 거래와 계약에 의거해야 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4대 보험 역시 들어달라고 하면 들어줘야 합니다. 이 역시 거부하면 바로 신고하는 친구들이 있습니다.
주휴수당과 식대 그리고 휴게시간에 대해서도 명확히 해야 합니다. 특히 휴게 시간을 주지 않으면 이 부분 역시 신고 대상입니다. 인사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악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역시 불가근불가원이 맞는 말 같습니다. 모든 거래는 기록으로, 행위는 계약으로 남기고 증빙해야 합니다. 향후 소명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만둘 때 협의하는 것도 구두로만 하기보다는 구두 후 문자/톡 전달/사직서 받기를 기본적으로 생활화해야 합니다. 서류가 불편하다면 전자 계약서를 사용하는 것도 좋습니다.

4. 적합한 매출 상품을 빠르게 찾아야 합니다.
프랜차이즈라면 일반적인 제품라인업이 갖춰져 있겠지만 개인 카페는 그렇지 않습니다. 빨리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제품을 찾는 게 필요합니다. 메인 상품, 시그니처 상품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음료보다는 디저트가 좋습니다.
메뉴에서는 회전율 좋고 이익률 좋은 제품으로 구성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부피감 있는 게 지출을 일으키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빵류에 자신 있다면 베이커리 쪽으로 하는 것도 좋으나, 어렵다면 생지를 받아서 하는 것도 좋습니다. 메인 메뉴를 중심으로 매출 상승 판을 올리는 게 필요합니다.
만약 적합한 제품을 찾기 어렵다면 괜찮은 아이템 하나를 받아서 이를 음료나 브런치와 종합한 패키지로 개발하거나, 자기 생각을 넣어서 디벨롭하는 것도 좋습니다. 중요한 건 어쨌든 가게에 오게 하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유의할 점은, 이익률이 높은 상품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그니처 상품은 소비자가 첫 방문 시 구매할 확률이 높습니다.
여기서 유명한 게 뭐예요? 잘 나가는 게 뭐예요?
이런 질문을 들었을 때 올인할 상품을 개발한다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제 브랜드도 처음에는 시행착오를 했지만, 지금은 메인 디저트가 전체 매출의 50% 수준입니다.
저는 초반에는 메인 디저트를 중심으로 브랜드 프랜차이즈를 전개하려고 했던 전략을 생각했으나, 지금은 HACCP 디저트 공장을 중심으로 생산과 납품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거래처를 늘리고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면서 이를 바탕으로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러니까 모두 나만의 전략이 필요합니다.
5. 너무 많은 메뉴보다, 적합한 메뉴
어떤 매장이든 메뉴는 평이합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많이 소비하는 메뉴는 대동소이하다는 말입니다. 제 체감으로는 아메리카노, 라테, 바닐라라테, 마끼아또, 에이드, 과일라테 순일 듯싶습니다.
여기서 벗어나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하거나 다양한 소비자를 맞추겠다고 한다면 여유자금이 넉넉해야 합니다. 재고 부담 없는 제품군으로 준비해 두면 다 팔 수 있는 게 아니냐 하겠지만, 그래도 재고 부담은 발생하고 관련된 인력에게 제조을 해야 한다는 이슈가 있습니다.
그러니 내 가게에 적합한 메뉴를 구성하는 게 좋습니다. 저희도 처음에는 메뉴만 50가지가 넘었습니다. 지금은 절반 가까이 줄였는데, 매출이 크게 줄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매달 구매해야 하는 재료비가 20% 정도 낮춰진 듯합니다. 거기에 디저트 역시 파생상품처럼 비ㄹ슷한 재료로 구성하면서 재고 부담을 낮추는 데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메뉴가 많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무엇보다 부자재입니다. 부자재는 일회성 발주로 이루어지는데, 한 번에 소량 발주하는 건 어렵습니다. 그래서 대략 발주를 해놔야 하는데, 생각보다 이 비용이 큽니다. 컵홀더와 컵은 어쩔 수 없지만, 디저트 메뉴마다 다양하게 포장 용품을 갖춘다면 부자재 비용이 계속 발생할 겁니다. 안 팔리기까지 한다면 무리한 재고비용이 발생하는 셈이겠죠.

6. 배달 매출이 높은 건 허수, 카드 매출은 늦게
배달 매출 비중이 높은 경우 3천만 원을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말을 하게 됩니다. 20평 매장에서 배달 포함 3천 매출이면 아주 훌륭해 보이죠. 하지만 면밀히 들여다보면 3천 매출에서 인건비, 부가세, 재료비, 임대료, 운영비가 빠집니다. 여기에 수수료, 광고비, 정산 대기에 대한 기회비용까지 고려하면 현타가 오는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괜히 배달 플랫폼이 공공의 적이 되는 게 아닌 듯합니다.
카드 매출 역시 2~3일에 걸쳐서 들어옵니다. 오늘 매출이 발생해도 내일 들어오지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까 한 텀이 발생하면 개인 돈으로 메꾸는 상황이 공매도처럼 계속 이어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하면 실제 손에 쥐는 이익금이 낮은 게 당연한듯합니다. 결국 내 손에 쥐는 돈을 높이기 위해선 운영하는 매장의 경쟁력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7. 푼푼이 입금되는 돈, 가랑비 옷 젖는다
목돈이 한 번에 들어오게 되면 실제 내가 계획대로 운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죠. 하지만 매일 짤짤이 들어오는 돈은 생각 구조를 바꿉니다. 어느 순간부터 카드 매출이 조금 더 많이 들어오는 특정 요일에 시선이 쏠리게 되거든요. 그 돈으로 개인적 용무, 대출, 카드값, 지출 등을 해결하다 보면 통장에 남아있는 현금은 매우 부족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계속 땡겨쓰거나 늦게 대금을 지급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계획적 소비가 사실상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돈이 빠져나갈 곳이 예상보다 많기 때문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매일 돈이 들어온다고 착각하고 하루하루 돈을 써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면 습관부터 고칠 필요가 발생하는데 여간해서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 부가세 납입 기간이나 소득세 기간에는 이러한 계획 없이 지출했다가 크게 한 방 먹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지출도 계획적이어야 합니다.
8.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에 대해서

일이 잘 안될 때 가장 먼저 하는 게 새로운 상품 개발, 도입, 신사업 기획 등입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확보되어 있지 않고 유동성 위기라면 가급적 자제하는 게 좋습니다. 기회비용으로 리스크를 높이면서 현금을 까먹기보다, 현재 돈맥경화를 살펴보고 막힌 걸 뚫어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카페를 오랫동안 했지만 저 역시 현금이 부족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새로운 사업을 벌리는 것에 대해서도 주의하지만, 가능성을 믿고 디저트 주문제작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지금은 K-디저트를 정의하는 새로운 솔루션 ‘디저트콜라보’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갈 길은 멀지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미디어자몽 김건우
- 2008년 광고대행사 ‘위니스컴패니’
- 2013년 미디어자몽 주식회사 설립
- 2022년 피크니크 주식회사 설립
- 2016년 한양대학교 사회학과 박사수료
- 2018~2021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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