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는 것이 죄가 될 수 있을까? 『나목』은 그 죄인 된 자의 고백이다. 박완서는 세상의 온갖 아름다움에 대해 침을 튀기며 연설하는 종류의 작가는 못 된다. 그보다는 인간의 허영심과 욕망에 대해 신랄하게 직시하고 냉소적으로 통찰하는 작가에 가깝다. 그것이 전쟁통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유일한 가족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까지 진솔하게 발화하는 것에 이를 때, 박완서 특유의 통렬함은 가부장제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맞물려 그 진솔함의 날을 한껏 세운다. 제기랄 어머니이기 때문일까? 썅, … [Read more...] about 살아남은 자의 ‘죄 됨’: 박완서 〈나목〉
책
『좋은 불평등』, 한국경제 상식을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불평등 교과서’
0. 『좋은 불평등』을 읽다 다 읽는 데 세 시간도 안 걸렸다. 저자와 내 생각의 '싱크로율'이 거의 90%에 육박했기 때문이었다. 페이스북을 통한 간접적인 교류는 물론, 매년 한두 번씩 전화 통화나 직접적인 만남을 통한 의견 교환을 했기 때문에 일종의 '컨센서스'가 형성된 느낌이다. 서평이라기보다는 그 '컨센서스' 중 몇몇 부분을 정리하고, 약간 석연찮은 부분, 논리가 100% 깨끗하지 못한 듯한 부분도 찾아보았다. 1. 한국의 불평등이 확대되기 시작한 시점을 … [Read more...] about 『좋은 불평등』, 한국경제 상식을 무너뜨리는 충격적인 ‘불평등 교과서’
회사에서 이것만은 피해주세요
신입사원이던 시절, 나는 왜 그랬을까? 내가 뭐라고 베테랑 선배들 앞에서 표정을 구기고 맡은 일에 대해 투덜거렸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식은땀만 흐른다. 나만 해당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신입사원 때 했던 아찔한 행동을 생각하면 고개를 젓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회사원이든 프리랜서든 마찬가지다. 내가 일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까지도 내가 만든 결과에 포함된다. 신입이 일을 잘할 수는 없다. 그러니 적어도, 이상한 바람에 휩쓸려 자기 손으로 흑역사를 쌓는 것만큼은 미연에 방지해야 … [Read more...] about 회사에서 이것만은 피해주세요
득이 되는 친구, 독이 되는 친구
나는 연애에만 판타지가 존재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 보니 우리는 친구들과의 우정에 있어 더한 상상력을 발휘한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아름다운 우정의 모습은 실로 감동적이다. 친구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하고, 이익을 포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사랑(연애 대상)마저 양보한다. 그래서 모두가 가슴 한편엔 깊은 우정 혹은 진정한 베스트 프렌드를 찾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된다. 그리고 왜 나에게는 그런 존재가 없는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나는 시간을 들여 유대를 쌓고, 각자의 자리에서 … [Read more...] about 득이 되는 친구, 독이 되는 친구
어떤 책은 쓰는 데 수십 년, 아니 평생이 걸린다: 유리 슐레비츠의 『우연』
어떤 책은 쓰는데 수십 년, 아니 평생이 걸린다. 유리 슐레비츠의 책 『우연 Chance』이 그렇다. 1. 지은이인 유리 슐레비츠는 그림책 좀 보는 사람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칼데콧 상 수상 작가이다. 그런 작가가 2020년에 낸 책이다. 한국에서는 2022년 올해 번역 출간되었다. 그가 살아온 이력은 무척 복잡하다. 그는 1935년에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났다. 전쟁이 발발한 후 유대인 박해를 피해 다른 나라로 도주했다. 러시아 비알리스톡과 … [Read more...] about 어떤 책은 쓰는 데 수십 년, 아니 평생이 걸린다: 유리 슐레비츠의 『우연』
저들과 싸우기는 왜 이렇게 힘들고 피곤한가?: 『보통 일베들의 시대』
김학준의 석사 논문 「인터넷 커뮤니티 ‘일베저장소’에서 나타나는 혐오와 열광의 감정동학」이 8년 만에 단행본 『보통 일베들의 시대』가 되어 손에 쥐어졌다. 석사 논문이 발간된 당시에도 뜨거운 화제였다. 당시에 ‘일베’는 누군가에게는 패륜 집단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망해가는 우파의 새로운 담론장이자 주체로서 급부상하였으나 대부분의 글들은 인상비평이나 도덕비평의 수준에 머물렀다. 그때 방법론적 엄밀함과 학문적 담론으로서의 체계를 치밀하게 갖춘 김학준의 논문이 등장하였고, 믿거나 말거나 석사논문 … [Read more...] about 저들과 싸우기는 왜 이렇게 힘들고 피곤한가?: 『보통 일베들의 시대』
이것은 연애 이야기예요: 어느 재일한국인의 이야기 〈GO〉
※ 이 글은 〈GO〉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나의 연애 이야기다"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어를 모국어로 배웠고 외모도 일본인 같아 보이지만, 국적은 일본이 아닌 재일조선인이자 재일한국인에 관한 이야기. 〈GO〉는 고등학생 스기하라의 선언으로 시작한다. 이건 본인의 연애 이야기라고. 재일조선인 스기하라는 조총련계 학교에서 주체사상과 노동 혁명의 역사 같은 북한식 교육을 받는다. 조선인 학교는 굉장히 폭력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학교에서는 조선어가 아닌 일본어를 … [Read more...] about 이것은 연애 이야기예요: 어느 재일한국인의 이야기 〈GO〉
워라밸은 기만이다, 일과 생활에 몰입하기 위한 3단계 규칙
스티브 잡스의 비서이자 멘티 기업가가 말하는 웰니스 구글, 애플, 나이키 등 빅테크 기업들에게 ‘마음’이 키워드로 부상하고 있다.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의 저자 나즈 베히시티는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다. 스티브 잡스의 비서이자 그의 멘티로서 사회 경력을 시작했다. 지금은 포춘 500대 기업에 리더십, 웰니스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는 기업인이다. 구글 애플 등 테크 기업이 명상 등을 활용하는 이유는, 스트레스를 낮추고, 몰입을 이끌어내 생산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 [Read more...] about 워라밸은 기만이다, 일과 생활에 몰입하기 위한 3단계 규칙
SNS가 재미 없어도 계속 보는 이유: 중독을 버리고 행복 찾는 법 <도파민네이션>
SNS 뒤에 숨겨진 참혹한 진실 #BlackLivesMatter 운동이 달아오르던 무렵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한 흑인 소년이 백인 경찰과 뜨겁게 포옹하는 모습이었다. 이 흑인 소년은 한 백인 부부에게 입양된 소년으로, 이들은 이외에도 총 여섯 명의 ‘유색인종’을 입양했다. 전 세계 사람들은 이 백인 부부를 응원했다. 그래서 이들 가족이 자동차 추락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사람들은 많은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이후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다. 사실 백인 부부는 아동 … [Read more...] about SNS가 재미 없어도 계속 보는 이유: 중독을 버리고 행복 찾는 법 <도파민네이션>
독서 도둑은 누구인가?
빼앗긴 독서 봄이다. 이 말은 안 그래도 팔리지 않는 책이 더 안 나간다는 출판 종사자들의 푸념도 있지만, 그런 슬픈 현실을 차치하고 보더라도 봄이 책 읽기 참 좋은 계절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밤이면 창으로 들어오는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 책을 열 장 남짓 뒤적이기만 해도 내가 낭만 독자가 된 것만 같다. 잔잔하고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벌레 소리가 한여름 매미소리와 달리 독서를 방해하지 않는 백색소음이 되어 귓가를 스쳐가는 것도 좋다. 아니, 좋았다. 나는 분명 학창 시절에 … [Read more...] about 독서 도둑은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