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소식지 <산재없는 그날까지>에 기고됐습니다. ‘받아쓰기.’ 글을 처음 배우는 아이들이 정확한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을 익히기 위해 선생님이 불러주는 말을 그대로 받아 적는 학습방법이다. 말의 내용에 대한 의심은 필요 없다. 그저 잘 받아쓰기만 하면 100점을 얻는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언론보도가 그랬다. 그러나 결과는 빵점이었다. 언론 역사상 길이 남을 대형 오보가 쏟아졌다. 300여 명의 원통한 희생자를 낳은 세월호 참사의 첫 … [Read more...] about 한국언론의 일상이 된 ‘받아쓰기’, 그 연원은?
사회
속물과 초짜 사이 – 와인 재판에 대한 반론
다음 글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의 와인 칼럼니스트인 에릭 아시모프(Eric Asimov)의 2008년 칼럼으로, 당시 거센 논란을 불러온 문제작 <와인 재판 The Wine Trials>에 대한 반론을 담고 있습니다. <와인 재판>은 “사람들이 좋은 와인을 선택하는 기준은 가격에 대한 정보”라는 파격적인 주장으로 화제를 일으켰던 책이죠. 이 글에서 아시모프는 대중들의 인기도로 와인의 질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면서, 자신의 취향에 자신감을 갖기 위해 … [Read more...] about 속물과 초짜 사이 – 와인 재판에 대한 반론
언론의 반달리즘 : 여시와 국민일보
0. 불과 며칠 전, 국민일보 홈페이지에 올라온 김상기 기자의 ‘기사’를 보는 순간,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상당한 규모를 가진 언론의 기사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혐오의 언어가 그곳에는 있었다.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무한도전에서 하차하자 장동민이 식스맨을 지원하려고 합니다. 노홍철은 그런 장동민을 말립니다. ‘그랬다간 그들에게…’라며 무서운 누군가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아니나 다를까. 괴기스러운 무언가로 변해버린 여성들은 … [Read more...] about 언론의 반달리즘 : 여시와 국민일보
“국가보안법 철폐하라!” – 가인 김병로의 기일에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을 물으면 백이면 백 이승만이라 답할 것이다. 하지만 초대 대법원장의 이름을 물었을 때 정확히 답할 이는 반도 안 될 거라 본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우리 모두 "선거로 왕을 뽑는" 제왕적 대통령제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던가. 상식 삼아 알아 두자. 우리 나라 초대 대법원장은 가인 김병로라는 분이다. 1. 거리의 사람(街人) 김병로 존칭 생략하고, 김병로는 나라가 연일 기울어가던 1887년 태어났다. 어려서는 한학을 배웠지만 개화가 빨랐던 … [Read more...] about “국가보안법 철폐하라!” – 가인 김병로의 기일에
힙스터, 서구문화의 죽음
Douglas Haddow의 Hipster: The Dead End of Wetern Civilization을 번역한 글입니다. 일부 표현이나 특수한 지식이 요구되는 문장은 역자가 임의대로 변경하였음을 알립니다. 정확한 이해를 하려면 위에 링크한 원문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우리는 하위문화가 미학의 부재와 일종의 자학으로 변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힙스터 문화는 앞서 존재했던 하위문화의 종말과 동시에 그것이 가졌던 체제전복적인 힘과 정신의 원형이 제거된 … [Read more...] about 힙스터, 서구문화의 죽음
정의와 진상의 경계, 온라인 다크나이트
어떤 사안에 대한 정보가 유통되고 공개 토론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건설적 담론 형성을 방해하는 진상질을 하려면, 나름대로 상당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해당 사안에 대해서 어떤 방향과 수준에서든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하고, 타인을 설득하려는 의지를 발휘해야 하며, 자신의 시간과 노력이라는 지극히 한정된 자원을 할애해야 한다. 진상질을 직업적으로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예를 들어 실체가 아무리 드러나도 규제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댓글 알바’ 같은), 자신만의 동기부여 없이는 저절로 이루어지기 힘들다. … [Read more...] about 정의와 진상의 경계, 온라인 다크나이트
충북 제천서 열린 영화 ‘귀향’ 제작후원 콘서트
일제 강점기에 위안부로 끌려간 여성들의 참상을 다룬 극영화 ‘귀향’의 제작을 후원하는 콘서트(공연)가 지난달 30일 저녁 충북 제천시 화산동 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이 콘서트는 지난해 11월 서울을 시작으로 강원 원주, 충북 충주, 대전, 대구 등 전국 각지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제천 공연은 아홉 번째다. “단순히 영화가 아니라 역사적 실증으로 남기기 위해 100% 국민 모금으로 영화가 준비 중입니다. 이 자리를 통해 참석하신 분들이 영화 귀향에 대해 알아가고, 그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 [Read more...] about 충북 제천서 열린 영화 ‘귀향’ 제작후원 콘서트
감정적으로 예민한 사건에서 여러 논제를 분리해야 하는 이유
감정적으로 민감한 성격의 사건이 벌어졌을 때엔 선악의 구도가 명확한 채로 토론이 전개되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때때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사건 이면의 여러 질문들을 봉쇄함으로써 토론의 장을 축소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A를 욕하는 시점에 ‘하지만 이런 점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할 경우 ‘물타기하지 마라!’라는 식의 응대가 대세를 이루는 걸 우린 심심찮게 본다. 이는 큰 손실이다. 그 사건을 계기로 우리사회 이면의 여러 논제들을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 [Read more...] about 감정적으로 예민한 사건에서 여러 논제를 분리해야 하는 이유
명사만 바꾸면 되는 이야기
일러두기: 아래 사례는 구한 말 재판 제도 변화에 대한 실제 연구 결과([1][2])를 재구성한 것이다. 1. 구한말 A: 너네, 이번에 부임한 이토 통감 지지한다며? B: 응. 일본 법은 정말 좋아. 공정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 줘. C: 당사자에게 변호를 할 기회를 주고, 법전에 정해진 대로 판결하고, 진짜 재판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들지. A: 그래도 원래 법에는 고을 원님한테 가서 재판을 해달라고 되어 있지 않니? B: 법? 무슨 법, … [Read more...] about 명사만 바꾸면 되는 이야기
일그러진 욕망이, 숭례문을 불태우다
구정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좌석 하나 빈 곳 없는 KTX차를 타고 돌아오는데 객차 내 모니터에 이상한 글자들이 떴다. “숭례문 화재 발생, 긴급 진화 중” 아이들 챙기고 짐 내리느라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집으로 돌아갔다. 대충 짐 정리한 후 옷 갈아 입고 소파에 걸터앉아 리모콘 버튼을 누른 순간 나는 얼어붙고 말았다. 숭례문, 하지만 그 이름보다는 ‘남대문’에 더 익숙한 옛 도성의 문루가 활활 붙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국보 1호라고는 하지만 왜 그게 국보 1호인지 모르겠다고 … [Read more...] about 일그러진 욕망이, 숭례문을 불태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