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PR에 Jennifer Neal이 기고한 「The Complex Code In A Potato Chip: Why We Love The Flavors We Do」를 번역한 글입니다.
얼마 전 있었던 ‘여성용 도리토스 논란’에서 한 가지 알게 된 것이 있다면, 소비자들이 과자에 대해 매우 확고한 의견을 가졌다는 점일 겁니다. 도리토스를 생산하는 펩시코(PepsiCo)의 CEO는 최근 여성들의 우아한 과자 섭취 방식을 반영한 신제품이 나와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꺼내 성난 트위터 이용자들의 집중포화를 맞았습니다.

마케팅 전문가 로라 오스왈드 박사에 따르면 감자칩과의 교류에서 정점은 식료품점에서 이루어집니다. 패키징과 라벨, 글귀, 문화적 배경과 선반 배치까지 모든 것이 가치 판단에 사용될 코드를 구성하죠. 색상이 화려하지만 얇고 저렴한 포장재에 담긴 대용량 감자칩은 아이들의 키에 맞게 선반 아래쪽에 놓인 것에는 모두 의미가 있습니다.
반면 이른바 ‘고메 감자칩’은 세련된 글씨체로 상품명이 적힌 무광택 포장지에 담겨 성인의 눈높이에 있죠. 그 모든 것이 세련되고 교양 있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감자칩, 더 비싼 감자칩이라는 의미입니다. 오스왈드 박사는 이 같은 코드가 아주 어릴 때부터 소비자의 뇌리에 깊이 박힌다고 설명합니다.
코드를 읽어내는 것은 언어를 배우는 것과 비슷합니다. 언어에 꾸준히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문법을 알게 되는 것과 같죠.
똑같은 기호적 코드가 다른 나라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언어와 비슷한 점입니다. 감자칩을 고르는 방식 역시 소비자가 코드를 해석하는 언어와 이미지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반면 중국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것은 “진짜 재료로 만든” 식품입니다. 20년 전과 달리 오늘날 감자칩의 패키징에는 어떤 기름으로 감자를 튀겼는지, 감자의 원산지는 어디인지 등 다양한 정보를 담죠.
어떤 맛의 감자칩이 인기 있는가 역시 당연히 문화의 영향을 받습니다. 위의 연구에 따르면 라틴아메리카에서 꾸준한 인기를 누리는 감자칩은 칠리맛이나 할라페뇨맛인 반면 북미에서는 소금, 체다치즈, 바비큐가 인기 품목이죠. 이국적인 맛의 감자칩이 시장으로 진입하는 모습도 흥미롭습니다. 식품 업계의 대기업들도 사회적 트렌드를 따라가니까요.
20년 전에는 있지도 않았던 김맛 감자칩은 현재 북미 인기 감자칩 10위권 안에서 선전합니다. 북미인들이 만화책과 애니매이션, 스시로 대표되는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죠.
요즘은 한국 문화, 한국 전자제품,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가 높아졌으니, 김치맛 감자칩도 좋은 아이디어일지 모릅니다. 20년 전이라면 비웃음을 샀겠지만요.

특정한 맛의 스낵을 내놓는 것은 기업이 늘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의 하나죠.
맛보다는 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코넬대학교 식품과학부에서 발표한 2017년 연구를 보면, 감자칩의 냄새는 “매우 활발한 암호화-해독 과정을 촉발한다”고 합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서 느끼는 호불호에는 코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입니다. 감자칩에서 나는 향이 강렬하고 익숙할수록 우리는 그 맛을 좋은 것으로 느낍니다.
문화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언어, 종교, 사회구조와 같이 수천 년에 걸쳐 생긴 특성들을 이야기합니다. 과자는 그 모든 문화적 특성이 일상생활에 어떻게 녹아들어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시죠. 내가 선호하는 과자에는 자신이 스스로와 연관 짓는 문화적 코드들이 녹아있는 것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