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지분 구조와 폐쇄적 이사회... 오너 3세 체제 전환에 업계 긴장
김 회장 측 우위 속 임 회장 측과의 주도권 다툼 가능성 부상

한국화장품 그룹이 3세 경영체제로 넘어가고 있다.
1962년 임광정·김남용 명예회장이 공동 설립한 한국화장품은 한국 1세대 화장품 기업으로, 오너 2세들이 회장직을 맡아온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운영돼 왔다.
두 창업주의 장남과 차녀가 혼인으로 사돈 관계를 맺은 드문 사례다.
이후 두 집안의 자녀들이 함께 경영을 이어왔고, 현재는 김남용 명예회장의 장녀 김숙자 회장과 임광정 명예회장의 장남 임충헌 회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다.
그러나 두 회장은 현재 사실상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있고, 오너 3세인 김숙자 회장의 아들 이용준 부회장과 임충헌 회장의 아들 임진서 부사장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용준 부회장은 한국화장품제조, 한국화장품, 더샘인터내셔날의 대표이사를, 임진서 부사장은 한국화장품제조 부사장직과 더샘인터내셔날 대표이사를 겸직 중이다.
지분 승계는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 한국화장품제조에서는 임충헌 회장이 최대주주(11.54%), 김숙자 회장이 2대주주(11.21%)로 나란히 올라 있고, 이용준 부회장(10.99%)과 임진서 부사장(5.62%)이 그 뒤를 잇는다.
한국화장품에서는 한국화장품제조가 20.00%의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이며, 김숙자 회장이 11.54%, 임충헌 회장이 9.45%를 각각 보유 중이다.
다만 계열사 지분 구조와 실질 경영권을 감안할 때 김숙자 회장 측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처럼 ‘두 가족 경영’ 구도 아래 복잡한 지분 구조는 장기적으로 분쟁 가능성을 안고 있다. 한국화장품제조 지분 중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12명이 합쳐 45.03%를 보유하고 있으며, 김 회장 가족(27.52%)이 임 회장 가족(17.51%)보다 우위를 점하고 있다.
판매회사인 한국화장품에서도 김 회장 가족 지분(18.52%)이 임 회장 가족(12.13%)을 앞선다.
이사회 운영 역시 오너 일가 중심으로 폐쇄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국화장품제조와 한국화장품의 이사회는 사내이사 2명(이용준, 임진서)과 사외이사 1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사외이사 1명만으로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두 회사는 감사위원회 없이 감사 1인이 감사를 맡고 있으며, 별도 지원조직 없이 경영지원팀 또는 재무팀이 감사를 보조하고 있어 감사의 독립성에도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충헌 회장은 1941년생으로 고려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1967년 한국화장품에 입사해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다. 대한화장품공업협회 부회장 등 대외활동도 활발히 수행했다.
김숙자 회장은 1939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하고 1997년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으며, 2022년 퇴임했다.
이용준 부회장은 1962년생으로, 한국외국어대학과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수학했다. 대보기획 대표이사를 거쳐 2009년 한국화장품 대표이사, 2010년부터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임진서 부사장은 1967년생으로,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국제정치학 석사를 받은 뒤 1996년 한국화장품에 입사했다.
전문경영인 없이 오너 일가 중심으로 꾸려진 이 같은 경영체제는 경영 독립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비판을 받아왔으며, ‘더샘’과 ‘산심’ 등 브랜드 부진으로 기업가치 제고 노력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다만 2021년 이후에는 ‘K-뷰티’ 열풍으로 실적이 일부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지분 구조와 경영구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오너 2세의 고령화 이후 3세 경영 승계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