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파티 효과파티의 참석자들이 시끄러운 주변 소음이 있는 방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화자와의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집중하여 잘 받아들이는 현상에서 유래한 말
자존감 전문 덕후(?)가 되어가면서, 정말로 다양한 곳에서 자존감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블로그에서도, 유튜브에서도, 심지어 광고에서도 자존감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자존감을 높이는 법'이라고 잘못 알려진 것들에 대해 제 나름대로 반박을 해보고자 합니다. 당연히 제 말이 절대 진리는 아닙니다. 그러나 이 글을 통해 기존에 알고 계셨던 자존감 향상법에 대해 한 번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1. 긍정적인 생각을 할 것? → 그게 가능하면 할 것
긍정적인 생각은 중립적인 사건에 대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예시로 사용되는 "물이 반이나 남았다 vs. 물이 반밖에 안 남았다"를 살펴봅시다. 아무런 상황 정보 없이, 물이 반이 주어져 있는 상황에서는 반이나 남았다고 보는 것이 좋을 수 있습니다. 굳이 나쁘게 볼 이유도 없으니까요.
2. 스피치, 발표를 잘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 당신은 말을 못 하는 게 아니다
일단 당신이 말을 진짜 못 하는 것이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말하는 게 어렵더라도, 아마도 편안한 친구들 사이에서는 말하기의 어려움이 없을 겁니다. 즉, 문제는 사람들의 부정적인 평가에 대한 두려움이지, 목소리나 발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기에 나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을 것 같은 편안한 친구들에게는 말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것입니다)물론 여러분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발성을 고치거나 말하기의 두려움을 없앤다면 말 자체의 두려움은 조금 덜해질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의 자존감을 낮게 만드는 '핵심 원인'이 아니라면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겁니다. 당신이 어떤 말을 해도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거라는 생각이 없다면, 말하는 데 두려움을 가질 이유도 없을 테니까요.

3. 자기 자신을 알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 알아야 할 것을 알자!
아마도 한두 번, 조금 더 관심이 많은 사람은 자주 자신을 파악하는 심리 검사를 해보았을 겁니다. MBTI, 애니어그램, 컬러 심리, 도형심리 등등이 그것이죠.
성격 검사는 공인된 임상심리전문가에게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MBTI나 애니어그램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심리학 연구에서 인용되는 검사가 전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자기 파악의 욕구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가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것에 집착하고 있다면, 문제는 자기를 모르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정의를 내리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진짜 문제입니다.
보통 자신을 잘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은, 자신이 뭔가를 잘한다 하더라도 '이 정도를 장점이라고 해도 되나?'라는 생각에 빠져 장점으로 정의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남의 눈치도 많이 보고, 상대방의 의사에 움직이다 보니 자신의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죠.
그런데, 이들이 정말로 자기 자신만의 특성이 없는 걸까요? 아닐 겁니다. 실제로 자기 자신을 모르겠다며 저를 찾아오셨던 분들 중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타일이 보이쉬함으로 가득 차 있던 여성분도 계셨고, 운동 브랜드로 패션을 가득 채운 남자분도 계셨습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이 뚜렷한데도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것이었습니다.자존감이 떨어진 원인을 파악하고,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고민 없이 각종 검사로 자신을 파악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당신은 자기 자신을 모르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뿐입니다. 자기를 이해하겠다고 또 다른 검사를 찾아 헤매고 계신 건 아닌가요?
자신을 그만 파악하고, 왜 확신을 갖지 못하는지에 집중하세요.
4. 예쁘고 멋있어지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 여러 가치 중 하나일 뿐이다

5. 이 책을 보면 자존감이 높아질 거야 → 실행 없이 책으로 회피하지 말 것

이제 그만 책으로 회피하시기 바랍니다. 책을 읽고 '그다음이' 중요합니다.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지식을 배우고 실행하는 것입니다.
6. 남들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 비교는 할 수밖에 없다, 무슨 비교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사람은 비교할 수밖에 없는 존재입니다. 정말 열심히 정보를 차단하고, 접촉을 줄이면 안 하게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마음속으로 '이제 나는 비교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한다 해서 비교하는 것을 멈추게 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 필요한 자세는, 비교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아니라 인정할 것과 무시할 것을 찾는 자세입니다. 우리는 같은 시기에 입사한 입사동기의 업무능력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생각해야 합니다. 비교한다면 제대로 하고, 배울 점이 있다면 배우는 자세를 취해야 합니다. 내가 더 잘하는 부분도 분명 있을 것이고, 반대로 배워야 할 부분도 있을 겁니다. 때로는 따라갈 수 없는 부분을 인정해야 할 필요도 있겠지요.
또한 나의 중요한 가치와 상관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에게 돈이 최우선 가치가 아니라면, 자신의 삶에 집중해야 하지 돈을 비교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고유한 삶의 가치관이 없다 보니 객관적인 지표를 비교하게 되는 것입니다.
나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세요. 배우고 인정하며, 내 가치관을 분명히 하는 데 집중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