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투자 경험이 많은 투자자들은 대형 V자 반등을 잘 믿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희소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단기간에 3~40%의 반등을 추구하는 투자자나 트레이더를 만나본 적은 아예 없다. 소위 손익비가 좋지 않다고 집단적으로 믿게 된 것이다.
물론 이런 관점은 이번 시장에서 완전히 틀렸다. 2019년 초에도 틀렸다. 일 년 반 사이 두 번이나 틀렸으니 앞으로는 시각을 교정해볼 만도 할 것이다. 이런 시각의 변화가 대다수 전문 투자자들에게 큰 과제로 남게 되었다.

2.
어쨌든, 왜 전문 투자자들은 V자 반등을 잘 믿지 않을까? 시장은 근본적으로 느리고, 점진적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느리고 점진적이라는 것은 어제의 시장이 오늘 눈꼽만큼이라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지난주의 시장이 이번 주 투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이다. 장이 오르면 부동자금이 점차적으로 천천히 유입되고 점차적으로 천천히 유출되는 경향이 조금이라도 존재한다고 믿기 때문이다.기금과 개인투자자들의 유입이 일거에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분위기를 타고 퍼져나가기 때문에, 그 와중에 각자의 의견과 투자 지평이 첨예하게 다르기도 하기 때문에, 적정한 마찰을 겪으며 시장상황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 모든 투자자가 매일 밤 인베스팅닷컴을 6시간씩 보면서 매수 매도를 반복하지 않으리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시장이 어느 정도 느림세를 가지고 있다면, 한 번에 모든 자산을 팔았다가 다시 급격하게 사들이는 단기투자의 행태가 쉽게 나타나기 어렵기 마련이다.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5분 후에 별안간 날씨가 개이지는 않으리라는 전제이다. 날씨가 개이면 어쩔 수 없다. 그럴 때도 있는 법이니까. 그러나 보통 날씨는 점진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고 본다. 헷지펀드 매니저만큼 손바닥 뒤집듯이 매매를 번복하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말이다. 사실 이마저도 모두 변화해버렸을지 모르겠다.
그런 전제들은 이번 장에선 결과적으로 틀렸다. 순식간에 폭포 같은 폭우가 쏟아졌고, 순식간에 이글거리는 태양이 떠올랐다. 옳았건 글렀건 간에 전문 투자자들은 소외되는 길을 선택했을 것이다.
3.
앞으로는 어찌 될까? 눌림목을 사는 팀, 시간을 더 벌어드리는 팀, 하락 압력을 믿는 팀, 저가 매수를 기다리는 팀, 더블딥을 믿는 팀, 순환장세를 보는 팀, 각자의 영역에서 수 싸움을 시작할 여건이 되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시장이 급격히 움직인 직후엔 급격한 행동을 보이는 팀이 더 크게 후회할 가능성이 높다. 예측력이 매우 떨어지는 시장이니까.
물론 급락에는 다들 습관적으로 매수를 할 수 있는 상황 같다. 유동성 장세니까 몇 달이 걸리건 어쨌건 하락 시에는 돈이 더 풀릴 것을 가정해도 좋지 싶다. 장은 고점을 뚫는다는 가정이 간단하고 유효하다.
하지만 이번에 느리게 오래도록 하락하면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운 화두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번 상승장 끝자락에서 산 사람들은 저점을 테스트하게 되면 버틸 수가 없는 노릇일 것이다. 그렇게 된다는 얘기가 아니라, 그러기에 너무 쉽다는 이야기다.

결국엔 최소한 '3년 장사'를 하자. 3년 안에 마진콜 당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버티면 다 먹는 장이 있다고 본다.
원문: 천대표의 무형자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