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는 살짝 다르지만, 같은 제목에 역시 2번 타자를 소재로 2005년에 남긴 포스트가 있습니다.
어느덧 올해 프로야구도 전체 일정 가운데 3분의 1 이상(36.5%)을 소화했습니다. 올해 프로야구에서 나타난, 개인적으로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변화는 2번 타자 타격 기록입니다.
올해 2번 타자로 경기에 나온 타자들은 OPS(출루율+장타력) .812를 칩니다. 3번(.895), 4번(.84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숫자입니다. 그러니까 5번(.775)보다 2번이 OPS가 더 높습니다.

제가 블로그에 글을 쓰기 시작했던 2005년 2번 타자는 조정 OPS(OPS+) 91을 기록했습니다. 리그 평균(100)보다 9% 못 치는 타자가 2번 타순에 들어갔던 것. 이제 2번 타자 OPS+는 107입니다. 이 기간 이렇게 OPS+가 크게 올라간 타순은 2번 자리밖에 없습니다.

대신 홈런 점유율은 6.1%에서 11.9%로 늘었습니다. 희생번트가 제일 많이 줄어든 자리가 2번 타순이고, 홈런이 제일 크게 늘어난 자리도 2번 타순입니다. 요컨대 2번 타자 '직무 기술(Job Description)'이 변한 겁니다.

9번 타자가 2번 타자 다음으로 영향력이 큰 건 아마도 '9번 타자조차 강한 팀' 현상이 영향을 끼쳤을 겁니다. 맨 마지막 타순은 원래 '공격수'가 아니라 '수비수'가 들어서는 자리니까요.

사실 3번 타자는 2번 타자에 이어 OPS+가 크게 오른(107 → 117) 자리입니다. 그렇다고 3번 타자가 4번 타자보다 잘 치는 게 이 기간 동안 올해 처음 있는 일은 아닙니다. 2006년(114 vs106)에는 확실히 그랬고, 2013년(111 vs 110)에도 굳이 따지자면 그랬습니다.

애석하게도 현재 홈런 1위 로하스(30·KT·19개)는 올해 2번 타자로 출전한 적이 없습니다. 2위 나성범(31·NC·15개)도 마찬가지. 그래도 혹 압니까. 내년에는 정말 2번 타자 홈런왕을 볼 수 있게 될지 말입니다.
원문: kini's Sportuges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