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스 플레이어가 주인공이라고 할 때, 그리고 미국의 1950년대부터 1970년대 이전까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일 때,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자일 때 예상할 수 있는 전형적인 이야기들이 있다. 〈퀸스 갬빗은 한 편으론 이런 예상에서 한 발도 벗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드라마는 최근 내가 본 드라마들 가운데 가장 빠르게, 그러니까 가장 단숨에 봐버린 몰입도 높은 웰메이드 드라마였다. 도대체 이 전형적인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안야 테일러 조이가 연기한 주인공 베스 하먼은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라다가 우연히 보육원에서 일하던 이가 체스를 두는 것으로 보고 흥미를 갖게 되고, 체스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 이후 새 가정에 입양되어 본격적으로 체스 플레이어로서 토너먼트에 나서게 되는 베스는 어린 나이와 여성으로서 연속으로 대회를 우승하며 점점 더 주목받게 되고, 끝내 당시 최고의 체스 플레이어들이 존재하던 소련에서 열리는 토너먼트에 미국 대표로 참가하게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 드라마는 몹시 전형적인 구조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보인 주인공, 너무 어린 나이에 남성들의 세계이던 체스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냈기에 여성으로서 겪게 되는 일들, 그리고 천재적인 체스 실력 외에는 부족한 공감 능력과 대인관계. 마지막으로 흡사 록스타들이 그런 것처럼 성공 가도를 달리며 자연스럽게 겪게 되는 술과 마약 등의 문제까지. 베스 하먼의 이야기에는 이 모든 것이 교과서처럼 담겨 있다.

안야 테일러 조이의 얼굴은 차가움과 불안함 그리고 강렬함이 모두 담긴 얼굴인데, 이 작품의 감독인 스캇 프랭크는 확실히 안야의 활용 방법을 완벽하게 아는 듯하다. 앞으로 안야가 출연한 작품들의 감독들과 카메라 감독들에게 모두 이 작품을 참고하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퀸스 갬빗은 카메라에 완벽하게 담긴 안야 테일러 조이의 영화다. 이 평범한 이야기를 완벽하게 만드는 것은 안야 테일러 조이라는 배우이고, 안야 테일러 조이에겐 비교적 어린 나이에 자신에게 완벽한 작품을 만났다는 점에서 〈퀸스 갬빗은 서로에게 특별해진다.
배우의 매력만큼이나 이 드라마는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이다. 어느 한 부분이 압도적인 수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퀄리티가 준수하다. 시대극으로서의 매력도 충분하고, 베스 하먼이라는 한 인물의 삶을 그리는 방식으로서도 매력적이다. 물론 특별한 체스 플레이어의 세계를 묘사하는 데도 적절한 균형 감각을 보여준다.
가끔 룰이 중요한 스포츠를 주제로 할 때 그 게임 자체의 전개에 극도로 집중하는 식의 연출이 많은데, 이 작품 역시 클라이맥스는 가장 큰 경기의 결승전을 그리지만 다른 스포츠 영화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게 체스의 룰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극적인 감동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연출을 보여준다.

당시의 의상과 거리의 풍경 묘사는 자주 등장하는 편이 아님에도 이 드라마를 완벽한 시대극으로 만들어 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퀸스 갬빗의 여러 요소는 주인공을 제외하면 그다지 돋보이는 것이 없어 보이지만,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될 정도로 몹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미처 언급하지 못했지만 적절한 삽입곡과 스코어 역시 끝나자마자 사운드트랙을 찾아봤을 정도로 좋다.
안야 테일러 조이의 팬으로서 이 작품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더 오래 기억할 만한 작품이 될 거다.
원문: 아쉬타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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