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다른 일들도 그러할지 모르겠으나,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지지받고' 있다는 느낌이다. 달리 말해서 자신의 글이 어딘가에 속해 있거나, 글을 쓰고 있는 순간 자기가 발디디고 설 땅이 있거나, 자기가 소모하고 있는 시간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회의감에 대해 보호막이 있다는 것과 비슷하다. 글쓰기에는 유독 이러한 감각이 필요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 글 쓰는 일 자체는 소속도 없고, 동력도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쓰기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 큰 문제가 되기도 한다.
만약 글 쓰는 누군가에게 소속을 주고 월급을 주어서 평생 직장을 보장한다면, 그는 어떻게든 무슨 글이든 써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얼마나 글 쓰는 일이 좋건 아니건, 서면이나 소장, 보고서나 보도자료 같은 걸 소속 안에서 꾸역꾸역 써낼 때가 있다. 때론 지리멸렬하고, 고통스러워 미칠 것 같고, 권태로워서 더 한 줄도 쓰고 싶지 않을 때에도 글을 써내면 걸맞은 명예나 보상을 준다든지 충분히 의미가 있을 것을 보장한다면, 어떻게든 그 위기를 견뎌낼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글쓰기는 대개 그 무엇도 보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지속할 마음을 갖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글쓰기 모임에서 무엇보다도 확신을 갖고 알아야 하는 것은 자신의 '장점'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모든 사람에게서 나름의 장점을 찾아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물론 글쓰기가 어느 단계를 넘어 좋아지려면 온갖 비판들을 뚫고 성장해야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장점을 아는 일이다. 그 장점의 존재 자체로 지지받는다는 느낌을 유지하는 것이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지지받지 못한 글, 지지받지 못하는 글쓴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러므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은 항해사를 구해 모험을 떠나고자 하는 모험가처럼, 자신을 지지해줄 누군가를 찾아야 한다. 물론 일방적인 지지보다는 서로 지지해주는 존재들을 찾아도 좋을 것이다.
글쓰기는 고독 속에서 홀로 고고하게 하는 행위라기보다는, 그 고독 너머에 있는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일이다. 글을 계속 쓰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그를 지지해주는 존재가, 그 누군가가, 그 무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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