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인생을 치열하게 사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치열하게 꿈을 좇고, 치열하게 사랑하고, 하루하루 지나가는 시간들을 아까워하며 절박하게 마음을 쏟고, 자기 자신을 갈아넣듯이 사랑하고, 눈물을 쏟고, 미친 듯이 웃고,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 어쩔 줄 몰라 하다가도 다음 순간에는 자기가 해야만 하는 일들 속에 새벽까지 머리를 싸매고 빠져들고 몰입하면서 한세월 보내는 것이 좋은 삶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마냥 여유 있고 느슨하고 때로는 무얼 해야 좋을지 모르겠고, 그래서 부담 없이 이런저런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 약간 재밌고 즐겁게 보내는 그런 삶이 좋을 것 같지만,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는 그렇게 여유롭고 산책하는 듯한 삶이 좋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다 바쳐야만 하는 뜨거운 무언가가 삶을 내내 따라다닐 필요도 있을 것이다. 쫓기듯 살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어쩌면, 쫓기듯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것이 아닐까 싶은 삶도 있을지 모른다.

나라는 존재 자체를 인생의 극한으로 몰아넣은 듯한 나날들이었다. 내일 죽을 것처럼 밤을 새어가며 할 일에 몰두하고, 그 속에서 틈을 내어 글을 쓰고, 악착같이 음악 한 곡 듣고, 가족을 사랑하고, 그러면서도 돈을 버는 일이나 미래를 생각하는 일도 소홀할 수 없었고, 집안 문제도 늘 신경 써야 했고, 하루를 열흘처럼 쓰면서 살았다. 나라는 존재를 백 배쯤 확대시켜서 일 년을 십 년처럼 살았다. 매일 힘들다 속으로 수백 번씩 되뇌면서 살았지만, 그래도 그렇게 치열하게 살기를 잘했다고, 이따금 오히려 그 시절이 그리워지곤 하는 것이다. 생의 에너지를 모두 쏟아붓듯이 인생을 고갈시켜버리고 수명마저 단축시켜버렸을 어느 나날들이, 인간은 그립기도 한 모양이다.

원문: 정지우의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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