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탈(Exit): 그 상황을 벗어나든지
이탈은 문제 상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직장이나 학교를 그만두거나 옮기고, 친구나 배우자와 헤어지고, 주식을 매도하거나 이민을 가는 선택을 하는 것입니다.
- 표출(Voice): 불만을 표출하든지
표출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개선하는 노력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리더나 조직에 제안하거나 정부 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것 등을 말합니다.
- 감내(Loyalty): 조용히 침묵하면서 인내하든지
감내는 스스로 이겨내야 할 시련이라 생각하고 견디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감내는 일정 수준의 충성심을 기반으로 합니다. 회사나 정부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반감을 억누르고 묵묵히 일하고 지지하는 것입니다.
조직심리학자들은 여기에 하나의 선택지가 더 있다고 말합니다. 현재 상황을 그대로 둔 채 자신의 노력을 줄이는 방관(Neglect)입니다. 욕먹지 않을 만큼만 일하고 집안일을 배우자에게 위임하고 자신의 취미활동에만 몰두하거나 투표장에 나가지 않는 방법을 쓰는 것입니다.사람들이 조직 내 문제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는 자신에게 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과 재량권이 있다고 느끼는가와 속한 조직에 대해 얼마나 헌신적인가에 따라 달라집니다.

우리는 상대를 깊이 아끼는 헌신과 상대가 나의 말이나 행동으로 변화하리라는 믿음이 있을 때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합니다. 물론 여기엔 가짜 표출(pseudo-voice)도 있습니다. 실제로는 조직에 대한 헌신도 변화의 의지도 없으면서 말로만 떠드는 부류들입니다. 한마디로 속은 방관자지만 겉은 표출자인 사람들입니다.
조직은 반드시 붙잡아야 할 고객과 직원이 분명 있습니다. 조직에 헌신하고 충성심을 보이는 고객과 직원입니다. 충성심을 보였던 직원과 고객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면 직원은 회사를 떠나고 고객은 관계를 끊어버립니다.
이때, 가장 안타까운 점은 조직은 떠난 직원과 고객이 표출했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원인 파악을 못 한 채 문제가 계속 반복된다는 데 있습니다.그런데, 헌신과 충성이 없는 직원과 고객이 목소리만 크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허쉬만은 이들은 떠나게 두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심지어 떠날 수 있는 방법을 장려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헌신을 보인 직원의 목소리는 반드시 들어야 하지만 헌신 없는 직원의 불만에 지나치게 귀 기울일 필요는 없습니다.
성격 좋고 성실한 리더가 좋은 리더인가?
그렇다면 어떤 직원들이 자신에게 재량권이 있다고 느끼며 조직에 헌신하면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세울까요? 미주리 대학교 경영대학 존 쇼브렉(John Schaubroeck)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에서 어떤 직원이 조직에 얼마나 헌신적일지, 또 자신의 일에 얼마나 재량을 느끼는지는 그 누구보다 직속 상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함께 일하는 상사가 조직에 헌신적이고 직원들을 두루 아끼며 갈등 상황에서 화합을 강조한다면 직원들은 심리적 안전감을 느끼면서 자신의 목소리를 표출할 수 있습니다. 이른바 성격 좋고 따뜻하며 성실한 리더가 부하 직원의 서포터가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사람 좋은 리더로부터 구성원들이 심리적 안전감을 느낄 수 있을지는 몰라도 창의적 아이디어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은 사람 좋음이 아니라 헌신적 까칠함이다
정리하면, 직원들이 문제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으려면 직원의 능력과 조직에 대한 헌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직장에서 직원의 능력과 헌신에 가장 중요한 요인은 직속 상사의 리더십입니다. 조직에 대한 헌신이 높은 리더는 직원의 능력 향상과 헌신을 이끌어냅니다.그런데 리더의 원만함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직원들의 심리적 안전감을 높여 아이디어를 내게 할 수도 있지만 갈등 상황 자체를 회피하려고 들기 때문에 상호 비판을 꺼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합이나 원만함을 강조하는 조직 문화에서는 무의식적으로 직원들의 책임감의 분산을 야기하기 때문에 문제 제기조차 적절히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따라서 리더는 너무 원만해서도, 그렇다고 너무 까칠해서도 안됩니다. 적당히 까칠한 것이 최상입니다.
적당한 까칠함을 기르기 위해서는 과거의 성과와 미래의 노력에 대한 서로 다른 방식의 피드백 스킬이 필요합니다.
스스로 교육전문가라고 내세우는 사람들 중 다수는 피드백의 주요 목적이 앞으로의 개선을 촉진하는 데 있기 때문에 미래의 노력에 초점을 맞춘 건설적 피드백이 과거 결과에 대한 비판적 피드백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실제로 사람들은 누구나 과거 잘잘못에 대한 평가보다는 미래에 더 잘할 수 있다는 격려와 조언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갈등을 회피하는 리더는 까칠하게 보일 수 있는 평가성 피드백보다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코칭 혹은 건설적 피드백을 선호합니다. 하지만 영국 애스턴 대학교 심리학과 로버트 내쉬(Robert Nash) 교수 등은 역량 향상에 더 효과적인 것이 미래 행동에 관한 건설적 피드백이 아니라 과거 성과에 관한 평가적 피드백이라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강조하지만 리더십을 발현하는 장면에서 리더의 말과 행동의 기반은 항상 조직에 대한 헌신(commitment)입니다. 헌신 없는 역량은 자신도 구성원도 결국엔 이탈(exit)이나 방관(neglect)으로 내몰기 때문입니다.
원문: 박진우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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