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만 알았다면?  스마트폰 한 대에 숨은 혁신 기업들

- 케이스티파이·소녀폰·아정당·피에로컴퍼니·앤커 등 5개 기업 '주목]
- 케이스, 중고거래, 통신비교, 구독, 충전까지…스마트폰 생태계를 완성한다

전 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는 68억 명. 하루 평균 스마트폰 사용 시간은 4시간 37분. 우리 삶에서 스마트폰만큼 밀접한 기기는 없다. 그런데 우리는 스마트폰 하면 애플, 삼성, LG 같은 제조사만 떠올린다. 하지만 스마트폰 한 대를 제대로 쓰기까지 제조사 외에도 수많은 기업이 관여한다. 이들은 화려한 발표회 없이도, 거창한 마케팅 없이도, 조용히 우리의 스마트폰 생활을 바꿔왔다. 지금부터 당신이 몰랐던 스마트폰 생태계의 진짜 혁신 기업들을 소개한다.

■ 케이스티파이 - 스마트폰 케이스를 패션 아이템으로 만든 커스터마이징의 힘

스마트폰 케이스를 고를 때 무엇을 보는가? 가격? 내구성? 이제는 '디자인'이다. 단순히 기기를 보호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패션 아이템으로 변했다. 그 변화를 이끈 기업이 바로 케이스티파이다.

2011년 홍콩에서 시작한 케이스티파이는 커스터마이징이라는 무기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했다. 약 2,000여 개의 커스텀 프린트 디자인을 제공하며, 전 세계 아티스트들과 제휴해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인다. 단순히 색상만 고르는 게 아니라 완전히 개인화된 케이스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2020년 1억 2,500만 달러였던 매출이 2022년엔 3억 달러(약 4,000억 원)로 뛰었다. 연평균 성장률 70%라는 폭발적 성장세다.

2020년 오프라인 매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성장은 더욱 가속화됐다. 홍콩 본사를 중심으로 서울, 도쿄, 로스앤젤레스,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 거점을 두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2025년에는 전 세계 100개 매장 확보와 연 매출 30억 달러를 목표로 달리고 있다. 케이스 하나에 10만 원이 넘는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폰케이스계의 에르메스'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케이스티파이가 증명한 건 명확하다. 액세서리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는 것.

■ 소녀폰 - 중고 스마트폰 거래에 신뢰를 만든 플랫폼

중고 스마트폰 거래, 왜 안 하는가? 대부분은 "믿을 수 없어서"라고 답한다. 내 개인정보가 남아있을까 봐, 제품 상태가 엉망일까 봐, 사기당할까 봐. 중고 시장은 늘 '불신'과 싸워왔다. 국내 중고 스마트폰 플랫폼 업계 1위 소녀폰이 집중한 건 바로 이 신뢰 구축이다.

중고 스마트폰 거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BMDE(Blanco Mobile Data Eraser) 기술로 해결한 것이 핵심이다. 개인정보를 100% 완전히 삭제한다. 이 한 가지만으로도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안을 제거했다. 여기에 체계적인 품질 관리와 투명한 거래 시스템을 더해 중고 스마트폰 거래의 신뢰성을 높였다.

결과는 숫자로 증명됐다. 2023년 12월 기준 전 세계 30만 대 이상을 판매했고, 전국 100여 곳에 매장을 운영 중이다. 연간 2조 원 규모의 국내 중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선두 업체로 자리잡았다. 중고 거래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신뢰'를 시스템으로 해결하자 시장이 열렸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가격에 안심하고 중고 스마트폰을 선택할 수 있게 됐고, 판매자는 공정한 가격에 빠르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신뢰가 만든 선순환이다.

■ 아정당 - 스마트폰 통신 시장에 투명성을 가져온 비교 플랫폼

스마트폰을 살 때 가장 복잡한 건 기기 선택이 아니다. 바로 통신사와 요금제 선택이다. 어디서 가입하느냐에 따라 지원금이 수십만 원씩 차이 나고, 요금제는 수백 개가 넘는다. 이 복잡한 시장에 질서를 만든 기업이 있다. 바로 아정당이다.

2019년 네이버 카페로 시작한 아정당은 2020년 법인을 설립하며 본격화했다. 2020년 21억 원, 2021년 60억 원, 2022년 183억 원, 2023년 513억 원을 거쳐 2024년 1,191억 원을 달성했다. 4년 만에 57배 성장이다. 핵심은 '비교의 투명성'이었다. 소비자가 원하는 조건을 입력하면 수백 개 요금제 중 최적의 조합을 찾아준다. 복잡한 통신 시장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경쟁 우위 확보를 위해 자체 CRM 시스템에 30억 원을 투자했고, 300명이 넘는 고객센터 인력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3년 약정 끝나면 갈아타는 게 돈 버는 길"이라는 말이 상식이 된 건 아정당 덕분이다. 작년 가입자 수는 모바일 11만 건, 인터넷 43만 건으로 통신 관련 가입만 54만 건을 기록했다. 단순 비교 플랫폼에 그치지 않고 직접 알뜰폰 사업에도 진출했다. 2024년 방송인 탁재훈을, 2025년엔 배우 원빈을 모델로 기용하고 유튜브 중심의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하며,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아는 브랜드가 됐다. 통신·렌탈·생활 서비스까지 확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은 스마트폰 요금제를 투명하게 비교해 주는 것이다.

■ 피에로컴퍼니 - 소유에서 구독으로, 스마트폰 소비의 새 기준

최신 스마트폰을 쓰고 싶지만 100만 원이 넘는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그렇다고 중고폰을 사자니 찝찝하다면? 이 딜레마를 해결한 새로운 방식이 있다. 바로 '구독'이다. 스마트폰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기간만 빌려 쓰는 것이다.

2020년 설립된 피에로컴퍼니는 스마트폰 구독 서비스 '폰고'로 이 시장을 개척했다. 리퍼비시(재정비) 기술로 중고 스마트폰을 새 제품처럼 만들어 최대 60%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소유가 아닌 이용이라는 개념으로 스마트폰 소비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2025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증가했고, 중기부 팁스에 선정되며 1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개인 소비자뿐 아니라 기업 시장도 공략 중이다. 기업의 유휴 스마트폰과 IT 자산을 회수하는 '리고' 서비스, 글로벌 중고 스마트폰 시장 데이터 허브 '리고 트레이드'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고위드, 민팃, 베트남의 셀폰에스 등 국내외 파트너십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지구를 해치지 않고 전자기기를 누릴 순 없을까?"라는 미션처럼 순환경제를 실천하면서도 수익을 내는 모델을 만들었다. 현재 피에로컴퍼니는 한국투자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맺으며 2029년 상장을 목표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 앤커 이노베이션 - 충전 시장을 재정의한 글로벌 기술 기업

하루에 몇 번이나 스마트폰을 충전하는가?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길에, 회사에서, 집에 와서. 배터리 부족 알림만큼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충전기와 보조배터리를 늘 가까이 둔다. 그 충전의 순간마다 함께하는 글로벌 브랜드가 있다. 바로 앤커다.

앤커의 창업자는 구글 엔지니어였다. 꿈의 직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는 단 하나. 아마존에서 본 기회였다. 2011년 창업 당시 하루 1,000건 주문으로 시작했고, 2015년 블랙프라이데이엔 이틀 만에 10만 개를 팔아치웠다. 성장 전략은 명확했다. "고객 리뷰를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라는 것. 중국산 저가 이미지를 벗고 애플 스토어에 입점한 유일한 중국 브랜드가 됐다.

2020년 중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시장가치 800억 위안을 돌파했다. 앤커의 성공 비결은 세 가지다. 첫째, 고객 리뷰를 제품 개발에 즉시 반영하는 속도. 둘째, 아마존 FBA(물류 대행)로 배송 비용을 최소화한 효율성. 셋째, 저가가 아닌 품질로 승부하는 전략.

덕분에 앤커는 "중국 브랜드는 싸다"라는 편견을 깨고 애플 공식 인증(MFi)을 받으며 프리미엄 시장에 안착했다. 여기에 2024년 한국 지사를 설립하며 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섰다. 스마트폰이 고사양화될수록 앤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단순한 충전기 회사가 아니라 스마트폰 생태계의 필수 파트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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