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계신측) 제일교회 최요승 목사
식물과 동물을 재배하고 키우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던 내가 달팽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그 역사적 만남은 김치를 담그기 위해 사온 열무 잎에 붙어 있던 그 녀석을 발견한 때 부터였다. 그래서 그 달팽이의 이름은 “열무”이다.
열무를 키우면서 ‘내가 이렇게 자상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사과를 먹을 때에도 껍질을 챙기고, 상추나 배추 잎을 봐도 더듬이로 두 손 벌리는 열무가 생각난다. 내가 주는 먹이를 잘 먹는 모습이 꽤나 감동적이고 더 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누군가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은 항상 생각이 나고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대가를 바라고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저 마음을 잘 받아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보상이 되는 것이다.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도 그에 대한 관심과 마음이 열려 있을 때 가능하다. 내가 받아서가 아니라 줄 수 있어서 기쁨이 될 때 사랑의 증거가 될 것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도 같은 원리에 해당한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다고 말하고 있다. 그 사랑의 정도는 기쁨을 이기지 못할 정도라고까지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하나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무엇일까?

열무가 그 답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주는 것을 먹고 잘 자라주는 것이 나의 사랑에 대한 보답이었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에 보답하는 길도 그의 말씀을 생명의 양식으로 삼아 잘 먹고 강건함에 이르는 길이 될 것이다.
내 마음을 알아줄 리 없는 열무를 향해 오늘도 과일 껍질 한 조각을 들고 내려간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마음과 사랑을 생각하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