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예수교장로회 (계신총회) 광흥교회 협력목사 조항석
세뇌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진리가 아닌 주관적이고 편향적인 정보를 두뇌에 저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다. 또 어떤 사상이나 신념 같은 것을 머릿속에 반복적으로 주입하거나 받아들이도록 설득하여, 본래 가지고 있던 생각이나 행동을 개조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것을 뇌과학자들은 조작된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한편, 세뇌라는 단어를 분석해 보면 씻을 세와 골 뇌자를 써서 뇌를 세탁하는 것을 의미하는 말이 된다. 자금의 출처를 세탁하듯이 뇌에 들어 있는 정보를 세탁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세뇌라는 단어는 좋은 단어로 쓰이지 않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인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세뇌라는 반복적인 학습을 통해서 사상이나 지식을 주입시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학창 시절의 교육과정은 모두가 주입식 교육이었고, 생각을 키우거나 스스로 터득할 수 있는 교육은 없었다. 심지어 대학교의 시험에서도 고르기나 단답형의 문제가 많았다.
사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객관적이고 합리적이 정보를 스스로 취득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모든 정보와 지식의 출처는 부모나 스승, 학교와 같은 가정이나 교육기관에서 얻어진 정보이고 스스로 터득해서 된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은 가정사이든 역사이든 모두 외부에서 들어온 정보이고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정보들이다. 그러므로 검증된 교육기관이나 교육의 정통성이 정보를 취득하는 사람의 뇌를 객관적인 뇌로, 혹은 타당성이 있는 뇌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설령 객관적인 정보라고 할지라도 다양한 정보 지식을 걸러내는 필터력이 있어야 한다. 요즘 우리 주변에서 상식으로 알고 있었던 내용들이 왜곡되어 있었다는 것을 쉽게 발견한다. 그 결과 교과서를 개정하고 출판된 책들을 개정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폐간 처리되는 책들도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세뇌라는 용어를 많이 들어보았는데, 북한의 김일성 독재 공산당이 주민들을 세뇌시킨다는 데서 사용하는 언어였다. 북한의 주민들은 대한민국의 실상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1995년 오사카에서 생활할 때 조총련계의 젊은 여성이 교회에 나왔는데 그 청년은 한국 전쟁의 발발 원인은 대한민국이 북침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당시에 많은 조총련계 사람들이 북한의 그릇된 역사관에 세뇌되어서 북한을 유토피아 세계로 알고 북송되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람들 중에 조선일보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강철환 기자도 자신이 쓴 '수용소의 노래'에서 밝힌 바 있다.
'해마, 편도체, 격막'이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모두 대뇌 안에 들어 있는 기관인데, 기억을 형성하는 곳을 말한다. 해마는 곤봉을 동그랗게 휘어 놓은 모양인데 머리 부분이 굵고 꼬리 부분이 얇다. 해마의 머리 부분 위에 편도체가 있는데 그 사이의 막을 형성하는 것을 격막이라고 한다. 해마, 편도체, 격막은 모두 외부에서 주입시킨 정보들을 기억하는 기억장치라고 보면 된다. 끊임없이 똑같은 정보를 반복해서 들려주면 이 부분이 조금씩 커지면서 자기 기억으로 자리를 잡는다. 시신경을 통해서 들어온 정보는 일단 뇌의 후두엽에서 처리되고 청각과 체감각은 측두엽과 두정엽에서 처리되었다가 해마 중심으로 모아져서 자기가 인식하고 알고 있는 기억으로 남는 것이다. 그래서 교육기관에서는 반복학습을 강조하는 것이다.
일본 동경 법학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사법고시에서 수석으로 패스한 야마구치 마유(山口真由)는 「7번 읽기 공부법」이라는 책을 통해서 그가 성공한 비결을 말하고 있다. 책 한 권을 7번 읽기만 해도 수석 했다는 이야기다. 과연 그럴까? 하고 질문한다면 과학적으로 그렇다고 설명할 수 있다. 즉 7번 읽는 과정을 통해서 대뇌의 해마와 편도체 부분이 상당히 발전하는 것이다. 이것을 세뇌 방식으로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여기서 세뇌라는 단어의 부정적인 요소를 지적하려는 것이 아니라 반복 학습을 설명하기 위해 꺼낸 카드이다. 독자들이 반복 학습이 우리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고 싶은 것이다. 반복 학습을 통해서 우리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고 중독된 것처럼 자주 생각나는 것은 음악의 리듬과 가사이다. 계속 듣기만 해도 음정이 저절로 생각나고 가사가 생각난다. 설령, 가사를 다 기억하지 못해도 음정이 떠올라 혼자서 흥얼거린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해마와 편도체의 작업을 거쳐 전두엽에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은 성경 읽기나 배우기를 그치지 않아야 한다. 세상의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계속 반복해서 노래를 흥얼거리듯 읽고 또 읽고 배우기를 쉬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그릇된 사상과 왜곡된 정보에서 자신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