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마시즘은 충격과 공포의 와인 시음회 ‘파리의 심판’에 대한 이야기다.
시골에서 만든 싸구려 알콜을 왜 시음해요?
프랑스 와인 VS 미국 와인


모두가 그것은 잔인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미국 와인을 프랑스 와인에게 비교시킨다는 것은 마시즘과 손흥민이 1:1 축구를 90분 동안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큼이나 안타까운 일이었다. 심지어 주최자인 스티븐도 당연히 프랑스 와인에 상대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런 마음에 심사위원 11명 중 9명을 프랑스인으로 선정했거든(남은 2명은 스티븐과 파트너였다).
와인 시음회가 시작되었다. 시작은 화이트 와인이었다. 심사위원들은 프랑스의 유명 레스토랑 수석 소믈리에부터, 스타 셰프, 잡지 편집장, 양조자까지 프랑스 와인의 자부심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들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천박한 미국 와인 속에서 고귀한 자국 와인을 찾아내었다.
향이 전혀 없는 걸 보니! 캘리포니아 와인이 분명하네요!프랑스의 권위 있는 레스토랑 가이드 잡지 <골드 밀라우> 영업부장이 말했다. 다른 심사위원들은 20점 만점에 0점과 1점을 줬다. 그것은 프랑스산 ‘바라트 몽라셰’였다. 모두들 자신만만하게 와인을 구분해냈다. 중간결과를 발표하기 전까지는.

다음 레드와인 시음회가 열렸다. 심사위원들은 미각을 날카롭게 세웠다. 이것은 더 이상 단순한 친선경기가 아니었다. 프랑스산 레드와인은 모두 보르도 와인 연합회가 추천한 고급 와인이었다. 심사위원 11명 중 4명은 자국 와인을 감지해 최고점을 주었다. 4등, 3등, 2등 모두 프랑스 와인이 차지하며 자존심을 지켜줬다.
그런데 1등이 미국이었다. 스택스 립 와인 셀러라고? 들어본 적도 없는 와인한테 보르도가?
1.5점의 근소한 점수 차이였지만, 무너진 자존심의 크기는 헤아릴 수 없었다. 인지도에서도 너무 확연한 차이가 났고, 가격마저도 프랑스 와인이 3~4배는 비쌌다. 시음회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오데뜨 칸 여사는 재심사를 요청했다(그녀는 2번이나 캘리포니아 와인에 최고점을 주었다).
무관심 속에 참가한 1명의 기자, 역사적 특종 ‘파리의 심판’

스티븐이 미국, 영국, 프랑스의 기자들을 초청했지만 모두 거절했죠.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시음회는 월요일에 열렸는데, 마침 월요일은 한 주 중 가장 뉴스거리가 적은 날이었죠. 그래서 시음회에 가기로 했습니다.

파리의 심판(Judgment of Paris)
그리스 로마신화에 나오는 이야기(파리스가 어떤 여신이 더 예쁘냐고 심사를 했던 것)를 변형해서 제목을 지었고, (프랑스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참가했던 심사위원들은 어떻게 되었냐고? 그들은 심사가 공정하지 못했다(확실한 평가 기준이 없었다) 혹은 보르도산 와인은 숙성이 되어야 진가를 발휘한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사임을 종용받는 등 함부로 활동을 할 수 없었다. 프랑스 와인의 가장 치욕스러운 문을 연 장본인들이기 때문이다.
30주년 기념으로 다시 붙어보자, 파리의 심판 후속편


파리의 심판 40주년인 2016년은 어땠냐고? 그냥 미국 와인인 샤또 몬텔레나가 와인을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했다. 시골 촌뜨기 와인이었던 자신들의 와인을 세계의 중심에 올려준 파리에 감사를 표하기 위해서(?)였다고.
파리의 심판은 곧 신대륙 와인의 탄생

와인은 신이 우리를 사랑하며 우리의 행복을 원한다는 확실한 증거다.
파리의 심판은 신의 사랑이 파리뿐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 함께한다는 의미를 밝혀주는 일이지 않을까?

원문: 마시즘
참고문헌
- 파리의 심판, 조지 M 테버, 알에이치케이코리아, 2014
- 일상의 유혹 기호품의 역사, 탕지옌광, 시그마북스, 2015
- 올댓와인, 조정용, 해냄, 2006
- How America Kicked France in the Pants And Changed the World of Wine
- Forever, KATY STEINMETZ, Time, 2016.5.24
- [최현태기자의와인홀릭] 파리의 심판 40주년, 최현태, 세계일보, 2016.5.20
- [이건수의 노블칼럼] 프랑스를 이긴 미국 와인들의 반란, ‘파리의 심판’, 이건수, 오마이뉴스
- ‘파리의 심판 주최자’ 와인 전설 스티븐 스퍼리어, 80세 나이로 별세, 유성호, 소믈리에타임즈, 2021.3.10
- 프랑스 와인 미국에 지다, 이지선, 컬쳐타임즈, 2020.3.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