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해도 문제, 못해도 문제

임대인들이 문제 삼은 지점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스타벅스는 전국 매장의 대부분에서 임대료를 순 매출의 일정 비율로 지급하고 있는데요. 이때 ‘버디패스’로 할인된 금액까지 매출에서 제외된다면 임대료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이에 대해 스타벅스 측은 '버디패스' 가입자 수가 임대료에 영향을 줄 만큼은 아니라고 밝혔지만, 사실 난감한 상황일 수밖에 없었죠. 성공했다고 말하자니 임대료 갈등이 커지고, 못했다고 말하자니 브랜드 전략 자체의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요.
고객을 바꾸는 건 어려웠습니다
최근 스타벅스 실적을 보면 이 같은 위기감이 더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외형적으로는 작년 연간 매출이 3조 원을 넘기며 성장을 이어간 듯 보였지만, 성장률은 5.8%에 불과했고요. 올해 1분기 매출도 7,619억 원으로 증가했지만 성장률은 3.7%에 그쳐 둔화세가 이어졌습니다. 작년부터 계속된 가격 인상과 매장 수 증가를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이는 역성장에 가깝다고 볼 수 있죠.이러한 흐름을 반전시키기 위해 스타벅스는 최근 더 공격적인 할인 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4월에는 일부 메뉴에 한해 두 번째 음료를 60% 할인해 주는 ‘원모어 커피’를 정식 도입했고, 이어 오후 5시 이후 디카페인 음료를 할인해 주는 ‘이브닝 이벤트’도 선보였습니다.
이와 같은 전략들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습니다. 우선 모든 매장과 인력을 직영으로 운영하는 특성상 고정비가 높기 때문에 비교적 한산한 시간대의 구매를 늘려 효율성을 높이려는 것이고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저가 커피 브랜드의 시장 잠식을 막으려는 시도이기도 했죠.

욕심을 조금 내려놓아야 합니다
이처럼 스타벅스의 최근 액션들이 기대에 못 미친 이유는, 결국 너무 많은 걸 한 번에 얻으려 했기 때문입니다. ‘원모어 커피’를 예로 들면, 첫 번째 음료는 오늘의 커피, 아이스 커피, 아메리카노, 라테 등 네 가지로 비교적 선택 폭이 넓었지만 두 번째 음료는 오늘의 커피와 아이스 커피로만 제한됐습니다. 매장 파트너들의 주문 응대 및 처리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겠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유인 요소가 확 줄어드는 구성이었죠. 커피 소비 시간대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거기에 메뉴 제약까지 더해진 셈이니까요.
스타벅스는 여전히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복잡한 멤버십이나 할인 구조를 자신 있게 밀어붙일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다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체된 고객 행동과 주문 수를 반등시키려면 보다 단순하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거죠. 예를 들어 시간대나 메뉴 중 적어도 하나는 풀어줘야 고객은 움직일 겁니다.그렇다면 스타벅스의 다음 한 수는 무엇이 될까요?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금 더 단순하고 과감한 전략을 기대해 보며, 앞으로의 변화도 계속 전해드리겠습니다.
원문: 기묘한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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