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한국 경제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3高’라는 이름의 삼중고에 짓눌려 있다.
수출은 세계 경기 둔화와 미·중 갈등, 지정학적 불확실성 속에서 방향을 잃고 있으며, 내수는 경기의 완충 장치 역할을 해야 하지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소비쿠폰, 지역화폐, 축제 지원책 등 내수 진작책을 쏟아냈으나, 국민 체감은 여전히 싸늘하다. 그 배경에는 가계부채와 생활비 부담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4%대 중반에 머물고, 생활물가는 전년 대비 3% 이상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은 1,400원을 위협하며 수입 물가를 끌어올리고,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은 생산비를 압박해 다시 소비자 가격을 자극한다. 결국 국민은 임금보다 빨리 오르는 지출에 짓눌려 지갑을 닫는다. 소비자동향지수(CSI)가 아홉 달 연속 기준선 밑에서 맴도는 이유다.
문제는 빚이다. 한국의 가계부채는 GDP의 104%에 달하며, 주요 선진국을 훌쩍 넘어섰다.
단순 계산으로 국민 1인당 4천만 원, 경제활동 인구로 환산하면 7천만 원이 넘는다.
특히 청년층과 서민층이 더 많은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체감 부담은 더욱 크다.
한국개발연구원은 “고금리 장기화는 가처분소득을 잠식해 소비 여력을 급격히 줄이고, 내수 침체를 구조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실제로 카드 연체율은 5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고, 부실 위험은 금융권 전체로 번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국가부채 역시 무겁다. 2025년 국가채무는 1,200조 원, GDP 대비 52% 수준으로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한국 경제는 가계부채와 국가부채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한 셈이다. 민간은 빚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국가는 빚 때문에 재정 여력을 제약받는다.
이렇듯 이중의 굴레 속에서 한국 경제의 체질적 리스크가 드러난다.
소비 풍경은 이미 바뀌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매출이 줄고, 편의점과 온라인 쇼핑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인다.
외식업계 매출은 두 자릿수 감소했고 폐업률은 10%를 넘어섰다. 소비자의 선택 기준은 충동이 아니라 합리성, 가성비다. 정부 정책은 단기 처방에 그치며, 효과는 반짝하고 사라진다. 소득과 고용의 기반이 불안정한 한 소비 심리가 회복될 리 없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돈 풀기’식 단기 부양책이 아니다. 가계부채의 구조조정과 금융 안정 장치 강화, 청년층의 주거·고용 안전망 확충, 그리고 인구 구조 변화에 맞춘 신산업 발굴이 병행돼야 한다.
내수는 단순한 시장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뼈대다. 이 뼈대가 약해진 채로는 어떠한 성장 전략도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소비 회복 없이는 성장도 없다.” 이제는 이 경고를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냉엄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닫힌 지갑을 여는 일, 그것이 곧 한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