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건설 3년 연속 손실 및 부채비율 577% 돌파
모회사인 이수화학까지 유동성 위기로 확산, 신사업으로 반등 노려
지주회사 구조·내부거래 문제 지적 속 신사업만이 숨통?

이수그룹이 계열사 이수건설의 부실로 촉발된 전방위 재무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수건설은 이수화학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했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 30.93% 줄었고, 자본총계가 자본금보다 적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2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577.17%에 달한다.
이수건설의 부실은 모회사인 이수화학으로 전이됐다. 이수화학은 그룹 전체 매출의 85%를 차지하며, 2023년과 2024년에 각각 281억 원, 38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22년 말 193.00%에서 2024년 말 331.72%로 악화됐다. 특히 석유화학 산업의 업황 부진에 따라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영업손실은 총 1245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이수화학의 매출은 2조18억 원에서 1조9162억 원으로 감소했고, 결손금은 2023년 말 669억 원에서 2025년 9월 말 1410억 원까지 늘었다. 계열사의 부진은 김상범 회장의 배당수익에도 영향을 미쳤다.
김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이수엑사켐은 2023년 결산배당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수엑사켐의 마지막 배당은 2022년 17억6000만 원이었다.
이수화학은 이수건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지속해왔다. 2021년부터 2025년 5월까지 유상증자로 1800억 원을 투입했으며, 이수건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지급보증도 제공했다. 그러나 이수화학의 재무 여건이 악화되며 추가적인 지원은 제한되고 있다.
2025년 5월에는 이수건설의 유상증자에 400억 원을 투입하기 위해 지주회사 이수를 대상으로 200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로 인해 이수의 이수화학 지분율은 24.47%에서 37.73%로 상승했다. 추가로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건설은 올해 들어 1년 이하의 고금리 단기사채를 통해 총 290억 원을 조달했다. 1월에는 80일물 100억 원, 2개월물 20억 원, 1년물 70억 원, 4월에는 75일물 70억 원, 7월에는 2.5개월물 20억 원, 3개월물 10억 원 등을 발행했다. 금리는 7.5~8.0% 수준이다.
과거 신종자본증권 중심이던 자금조달 방식이 고금리 단기사채로 바뀐 것은 이수화학의 유동성 지원 한계와 연결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향후 비핵심 자산 매각, 운영 효율화, 이수건설 매각 등 자구책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건설은 2020년에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한편 김 회장은 재무위기 해소와 함께 신사업 육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소재, 제약·바이오, 인공지능 산업 관련 사업이 그 대상이다. 전고체 배터리 핵심 소재 황화리튬(Li₂S)은 2023년 5월 이수화학에서 분할된 이수스페셜티케미컬이 생산 중이다.
제약 계열사 이수앱지스는 고셔병 치료제 애브서틴, 파브리병 치료제 파바갈, 항혈전 항체 치료제 클로티냅 등을 개발하고 있다. 인쇄회로기판(PCB) 제조사 이수페타시스는 고성능 AI 칩용 초고다층 PCB(Ultra High Layer PCB)를 공급 중이며,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의 자체 AI 칩 개발 확대가 수혜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수그룹은 김 회장이 지주회사인 이수를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이수화학, 이수스페셜티케미컬, 이수시스템, 이수AMC 등이 이수의 종속기업이며, 이수화학은 이수건설, 이수앱지스, 한가람포닉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수의 지분은 이수엑사켐이 73.44%, 김 회장이 26.56%를 보유하고 있다. 이수엑사켐은 김 회장이 100% 소유한 개인회사다.
이 같은 옥상옥 지배구조는 김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2000년 이후 단계적으로 구축됐다. 내부거래를 통해 계열사 이익을 지주회사와 본인에게 이전하는 구조로 분석된다.
특히 이수엑사켐을 자녀 승계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24년 1월 이수엑사켐은 화학제품 유통·판매 부문을 인적분할해 4월 이수스페셜티케미컬에 합병시켰다.
존속법인에는 투자자산만 남아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만 수행하게 됐다. 이로써 내부거래 구조는 사실상 종료됐으나, 이수와 이수엑사켐이 함께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되면서 지배구조가 비효율적으로 변했다.
업계는 두 회사의 합병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으나, 김 회장은 두 아들인 김세민 씨와 김세현 씨의 승계 방안과 연계해 이수엑사켐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김세민 씨는 현재 이수 사장으로 사업총괄기획실장을 맡고 있으나, 김세현 씨는 아직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김 회장은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미시간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1993년 대우그룹에서 국제법무실장을 지낸 후 1995년부터 이수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2000년 1월 이수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