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1지구 흔든 현대건설…조합 길들이기 논란 확산

마감재 기준 삭제 요구에 조합 반발
'책임준공 완화' 논란에 사업 지연 우려
압구정과 다른 기준에 조합원 불신
정비업계 "공정 경쟁 무력화 시도"

성수 전략정비구역 위치도[사진=성동구청]
성수 전략정비구역 위치도[사진=성동구청]

서울 강북권 최대 재개발 사업지로 평가되는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성수1지구)에서 현대건설이 조합원 자산 가치와 직결되는 ‘마감재 최소 기준 삭제’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며 ‘대기업 갑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현대건설이 비상대책위원회와 보조를 맞춰 고의적으로 사업 지연을 유도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조합의 자율성과 사업 추진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커지는 상태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1지구 조합은 최근 경쟁입찰 정상화를 위해 과거 대의원회에서 부결됐던 안건까지 수용하며 입찰 지침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이는 반복된 유찰을 막고 시공사 간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으나, 현대건설은 지난 10일 열린 시공사 간담회에서 조합이 작성한 공식 회의록 서명을 거부하며 기본 절차조차 이행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이 성수1지구 조합의 마감 기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공문[사진=조합원 제공]
현대건설이 성수1지구 조합의 마감 기준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한 공문[사진=조합원 제공]

또 지난 13일에는 추가 공문을 보내 조합이 이미 수용한 조건 외에 ‘책임준공’ 조항 완화는 물론, ‘마감재 기준 삭제’라는 핵심 수준의 요구까지 포함시키며 조합원 반발을 더욱 키웠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최대한 판을 열어줬음에도 ‘입찰 참여 확약’은커녕 마감재 기준까지 없애달라는 요구는 전형적인 대기업의 갑질로 비칠 수밖에 없다”며 “사업 참여 의지보다는 조합 길들이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조합원들의 공분을 키운 부분은 현대건설의 ‘이중적 태도’라는 지적이다.

현대건설이 삭제를 요구한 ‘마감재 상위 스펙 제시 의무’ 조항은 현대건설이 이미 수주한 압구정 2구역 입찰 지침서에 동일하게 존재하는 조항으로 확인됐다.

압구정에서는 문제 없이 수용했던 기준을 성수1지구에서만 거부하는 상황에 대해 조합원들은 “성수1지구를 압구정보다 낮게 평가하며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조합원은 “압구정보다 낮은 수준의 조건으로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라며 “같은 회사가 지역에 따라 기준을 바꾸는 것을 어떻게 신뢰하겠느냐”고 성토했다.

성수1지구는 서울 강북권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사업성이 높게 평가되는 재개발 사업지로, 향후 강북권 주거지 판도를 바꿀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에서 거대 시공사의 무리한 요구가 결국 사업 지연과 조합원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며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한편 현대건설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합 측이 문제 삼은 ‘책임준공 완화 요구’ 지적에 대해 “책임준공 조항 관련 공문을 보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책임준공 자체를 회피하겠다는 의미가 전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비사업은 공사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화재 발견이나 조합의 공사 중단 지시 등 불가항력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까지 시공사가 무조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규정하면 회사가 감당해야 할 손실은 사실상 무한대가 된다”며 “이런 예외적인 상황을 계약서 조항에 명확히 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또 논란이 됐던 ‘마감재 최소 기준 삭제’ 요구와 관련해서도 오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관계자는 “현재 조합이 특정 기업 제품만을 사실상 묶어 넣은 형태인데, 이는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이라며 “특정 업체에 전적으로 의존하기보다 예산 범위 안에서 다양한 마감재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회사의 본래 의도였다”고 했다.

현대건설 측은 “두 사안 모두 조합과의 갈등을 의도한 것이 아니라, 실제 사업 진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보다 합리적인 시공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제안이었다”며 “회사의 입장도 세밀하게 들여다 봐 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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