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정국 발언 책임… 일부 허위 사실 인정돼 손해배상 판결
공익 목적 넘은 사실 적시 판단… 발언 근거 부족, 위법성 인정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로 알려진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일부 승소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항소3-2부(허일승 송승우 이종채 부장판사)는 21일 최씨가 안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피고는 원고에게 2천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며, 대법원 파기 취지에 따라 일부 위법성을 인정했다.
해당 분쟁은 국정농단 사태가 정국을 뒤흔들던 2016∼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회 국정조사 특위 위원으로 활동하던 안 전 의원은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하며 최씨의 해외 은닉 재산, 스위스 비밀계좌, 미국 방산업체 로비 의혹 등을 대중과 언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언급해 왔다.
최씨는 이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발언으로 명예가 훼손됐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안 전 의원 측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변론 없이 원고 승소로 결론 났으나, 2심은 “안 전 의원이 제기한 문제 제기와 의혹은 국정농단이라는 중대한 공적 사안과 관련된 만큼 공익성이 인정된다”며 최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그러나 최씨 측이 판결에 불복하고 상고하면서 사건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대법원은 지난해 “안 전 의원의 발언 중 일부는 공익적 목적 범위를 넘어 사실 적시의 근거나 확인 절차가 부족해 위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표적으로 ‘스위스 비밀계좌에 A 회사의 돈이 들어왔으며 최씨와 연관돼 있다’, ‘최씨가 미국 방산업체 회장을 만나 부정한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 제기는 사실 적시에 대한 상당성(상당한 이유) 인정이 어렵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단을 대부분 수용해 안 전 의원 발언 중 일부의 위법성을 인정하면서도, 공적 사안에 대한 비판·의혹 제기의 성격을 고려해 손해배상액은 2천만 원으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국정농단이라는 국가적 사건의 성격, 당시 사회적 관심, 발언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배상액 산정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판결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잇따른 정치권·언론계 발언에 대한 책임 논란 속에서, 공익적 문제 제기와 허위 사실 적시 사이의 경계선을 다시 한 번 확인한 판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안 전 의원의 일부 발언은 공익적 검증 활동으로 인정되었으나, 구체적 사실 적시의 범위를 벗어난 부분은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취지다.
한편 최씨와 안 전 의원 양측이 항소 또는 상고 여부를 검토할 가능성이 남아 있어 이번 공방은 향후 대법원 판단을 통해 다시 한 번 최종 결론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