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최신 신의료기술이라더니...PRP·재생술·줄기세포 광고가 만들어낸 희망의 착시”

“수술 말고, 요즘은 무릎을 재생하는 신의료기술이 있다던데요?”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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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현장에서 필자가 실제로 들은 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인터넷과 SNS, 병원 홈페이지에는 “절개 없이 관절을 되살리는 신기술”, “FDA 인증 재생술”, “국가가 인정한 회복술” 같은 문구가 범람하고 있다.

환자들은 그 문장 속에서 다시 걸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희망이라 부른다.

그러나 취재가 깊어질수록 필자는 묻게 된다. 정말 이 모든 시술이 말 그대로의 ‘신의료기술’인가?

출처=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홈페이지 내용 캡처]
출처=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홈페이지 내용 캡처]

■ 신의료기술이라는 단어가 ‘광고용 수식어’가 되어버린 현실을 보며

먼저 짚어야 할 사실이 있다.

‘신의료기술’은 단순히 새로운 치료를 포장하는 수식어가 아니라 법에 의해 엄격하게 정의된 평가 절차를 거친 기술이다.

우리나라의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새로운 의료기술이 실제 환자에게 적용되기 전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는 국가의 마지막 방어선이다.

의료법 제56조는 한발 더 나간다. 평가를 통과하지 않은 기술을 신의료기술처럼 보이게 하거나, 검증된 것처럼 광고하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연세사랑병원(병원장 고용곤)을 포함한 여러 병원들의 홈페이지·영상·블로그에는 PRP, 줄기세포, SVF 같은 기술들이 마치 국가가 인정한 혁신처럼 제시돼 있었다.

의학적 가능성과 실제 검증 사이의 빈틈을 ‘광고 문구’가 메우고 있는 구조였다.

출처=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홈페이지 내용 캡처]
출처=한국보건의료연구원 홈페이지 내용 캡처]

여기서 우리가 주지하여야 할 사실은 고시일자인 2024년 6월 27일 전후를 기해 연세사랑병원이 위 평가위원회의 심의결과를 준수하였는가이다. 즉, 이와 관련된 평가결과의 테두리 내에서 각 언론에 쏟아내었던 수년간에 걸쳐 엄청난 홍보성 기사를 내 보낸것에 대한 적법성 여부의 판가름인 것이다.

■ 화려한 표현 뒤에 숨겨진 ‘언어의 전략’을 들여다보며

취재 과정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단어의 조작이었다. “FDA 승인”이라는 표현은 대표적이다.

실제로는 특정 기구나 재료의 허가에 불과한데, 광고에서는 마치 그 기구로 시행하는 모든 시술이 FDA로부터 인증받은 것처럼 포장된다.

“국가 인증”이라는 말도 비슷하다. 단순히 국산 기기를 사용했거나, 보험 청구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국가가 치료 효과를 인정했다”는 메시지로 둔갑한다.

그리고 가장 문제적인 단어가 있다. 바로 ‘신의료기술’인데 본래는 평가를 통과한 기술만을 지칭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새로워 보인다”는 의미의 장식품처럼 사용된다. 그러나 환자는 이를 ‘국가 인증’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연세사랑병원의 광고 흐름을 시간순으로 정리해 보면 이러한 패턴을 더욱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효과가 있다”로 시작된 문장이 → “효과가 크다” → “기존 치료를 대체한다” → “우리 병원의 대표 신기술”로 점점 강화된다.

하지만 그 강화된 표현의 뒤편에서 이를 입증해야 할 근거는 비어 있었다.

■ 환자가 믿고 싶은 것은 논문이 아니라 ‘다시 걷고 싶은 마음’이라는 사실

취재 과정에서 필자가 마주한 가장 불편한 진실은 환자를 움직이는 것은 결국 의학논문이나 통계가 아니라 희망이라는 사실이다.

“수술 없이 나을 수 있을까?” “이 방법이면 다시 계단을 오를 수 있을까?” 환자들은 그 가능성에 마음을 건다. 그리고 병원은 그 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신의료기술’이라는 단어는 바로 그 지점을 찌른다.

병원 입장에서 이 표현은 고가 비급여 시술을 자연스럽게 권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도구다. 그러나 그 희망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가?

검증되지 않았거나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의미가 있는 시술이 “누구에게나 획기적”이라고 소개될 때, 환자는 사실상 의료 실험에 들어가면서도 이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 연세사랑병원의 사례가 남긴 질문을 따라가며

연세사랑병원의 광고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배열해 보면 그 변화는 단순한 과장 이상의 문제였다. ▲효과가 있다 ▲효과가 크다 ▲기존 치료를 대체한다 ▲.우리 병원의 대표 신기술 문구는 단계별로 화려해졌지만, 그 화려함을 책임져야 할 과학적 근거·제도적 검증·법적 책임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렇다. 이 병원이 남긴 질문은 간단하면서도 무겁기만한 데 “환자가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라는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수술의 엄격함을 강조하던 병원이 정작 자신들의 광고에는 가장 너그러운 잣대를 적용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특정 병원을 넘어, 우리 의료광고 환경 전체가 직면한 문제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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