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례 우려 앞세운 SK텔레콤의 판단…피해자들 소송전으로 반격
“7조 부담 못 감당”…SK텔레콤, 유심 유출 피해자 배상 거절
정재헌 CEO 취임 직후 ‘소비자 외면’ 결정

SK텔레콤이 사상 최대 규모의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소비자 신뢰 회복을 공언했음에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제안한 피해자 1인당 30만 원 배상 조정안을 거부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특히 정재헌 신임 CEO 취임 직후 나온 결정이라 “소비자 보호보다 비용 절감이 우선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다.
분조위는 분쟁 조정을 신청한 3,998명에게 SK텔레콤이 총 11억9,940만 원을 지급하도록 권고했으나, SK텔레콤은 지난 20일 조정안 불수용 의견서를 제출했다.
회사는 “사고 직후 실시한 선제적 보상과 재발방지 조치가 조정안에 반영되지 않았다”며 수용 불가 사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유심 교체가 무슨 보상이냐”, “기업 책임 회피”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체 피해자 적용 시 7조 원 부담” 주장…그러나 소비자 여론은 냉담
SK텔레콤이 조정안을 거부한 핵심 이유는 전체 피해자 약 2,300만 명이 동일 조건으로 조정을 신청할 경우 배상액이 최대 7조 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조정 신청인은 전체 피해 추정치의 0.02% 수준인 3,998명에 불과하지만, SK텔레콤은 “선례가 되면 감당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이 올해 방송통신위원회 통신분쟁조정위원회의 ‘위약금 면제 연장’ 직권 조정안을 거부한 데 이어, 이번에도 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신뢰 회복과 소비자 보호는 말뿐”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정재헌 CEO는 법률·거버넌스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킹 사태 수습’ 역할을 기대받았지만, 첫 의사결정부터 시장과 소비자 여론의 싸늘한 반응을 맞닥뜨리게 됐다.
조정 불성립…9천여 명 소송전으로 확대
SK텔레콤의 조정 거부로 분조위 절차는 그대로 종료됐고, 피해자들은 개별적으로 민사소송 절차로 넘어가야 한다.
현재 약 9,000명의 피해자가 SK텔레콤을 상대로 1인당 50만 원의 위자료를 요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며, 첫 변론은 내년 1월 열릴 예정이다. 추가 소송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편 2300만 명에 달하는 초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겪은 SK텔레콤은 “고객 신뢰 회복”을 약속해왔지만, 이번 조정안 거부 결정으로 그 약속의 진정성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업계에서는 “향후 신임 CEO가 어떤 방식으로 소비자 신뢰 회복 로드맵을 제시하느냐가 향후 SK텔레콤의 가장 큰 과제”라고 지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