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1]'미국 우선주의'에 흔들리는 한국 경제 "관세 공습의 충격"

반도체부터 전기차까지…70%가 수출인데

미국 보호무역 강화가 한국 수출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2025년 세계 경제의 핵심 변수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회귀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기치로 한 관세 정책 강화가 가시화되며, 전 세계 통상 질서가 다시 요동치고 있다.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GDP의 약 70% 이상에 달하는 구조로, 이 같은 미국의 통상 압박은 단순한 대외 변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철강 등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은 미국과 중국, 유럽의 산업 정책 변화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며, 관세 장벽 강화는 곧 가격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은 미국의 전략산업 지정 이후 가장 민감한 타격이 예상되는 분야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 확대를 위해 ‘CHIPS 법’을 통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동시에, 해외 반도체 수입에 고율의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수출 여건 악화와 함께 미국 시장 내 점유율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동차 산업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했던 25%의 수입 완성차 관세 부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전기차 보조금 지급 기준에서도 ‘북미 생산’ 요건이 핵심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산 배터리 및 전기차 부품은 미국 내 소비자 혜택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가 조지아주 공장 설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정책 리스크를 의식한 조치다.

철강과 알루미늄 역시 트럼프 1기 집권 당시 이미 관세 폭탄을 경험한 전례가 있다.

당시 한국산 철강은 ‘쿼터제’ 적용으로 수출 물량에 제약을 받았으며, 트럼프 재집권 시 유사한 수입 제한 조치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러한 통상 마찰은 단순한 무역분쟁의 차원을 넘어, 세계화의 구조적 후퇴라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자유무역체제를 기반으로 고도성장을 이룬 한국 경제는 이제 ‘탈세계화(de-globalization)’라는 시대적 전환 앞에 서 있다.

미국은 자국 산업 보호와 일자리 확보를 명분으로 수입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은 내수 주도의 ‘쌍순환 전략’을 통해 기술 독립을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탄소 국경세와 친환경 기준을 중심으로 새로운 무역장벽을 형성하고 있다.

이 세 경제권의 전략적 전환 속에서 한국은 과거처럼 단순 조립·가공과 중간재 중심의 수출 모델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평가가 제기되는 가운데 기술력 확보, 브랜드 강화, 현지화 전략 등 근본적인 산업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와함께 관세 리스크는 이제 피할 수 없는 구조적 환경이 되었으며, 문제는 대응 전략에 달려 있다.

첫째, 현지화 전략의 강화가 불가피하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현지 공장 및 인프라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단순한 수출이 아닌 현지 고용 창출과 정치적 영향력을 함께 확보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둘째, 수출 시장의 다변화가 중요하다. 미·중·유럽 3대 경제권 의존도를 줄이고, 아세안, 인도, 중동 등 신흥국과의 경제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CPTPP, RCEP 등 다자무역 체제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셋째, 핵심 산업의 기술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에서 차세대 기술을 선점하는 동시에, AI, 바이오,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 고부가가치 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것이 장기적 관건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정부 차원의 통상·외교 전략 강화가 요구된다.

미·중 간 경쟁 구도 속에서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적 협상을 통해 실리를 확보하는 접근이 중요하다. 동시에 WTO 제소, FTA 재협상 등 국제 규범을 활용한 제도적 대응도 병행해야 한다.

관세정책은 분명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에 부담을 줄 수밖에 없지만, 이를 산업 고도화와 수출 모델 전환의 기회로 삼는다면 오히려 위기를 성장 동력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트럼프발 통상 압력은 한국 경제가 기존의 수출의존형 모델을 재정의하고, 보다 지속가능한 구조로 나아갈 필요성을 드러냈다.

이같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세정책 부활 가능성은 단순한 무역 마찰이 아닌, 한국 수출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구조적 위협이다. 수출 중심의 경제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이제는 기술력 강화와 시장 다변화, 현지화 전략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겨야 할 시점이다.

관세폭탄은 위기이자, 한국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한국 경제는 지금, 세계화 이후의 시대를 준비해야 할 분기점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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