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사랑병원 수술실의 민낯…의사가 아닌 사람이 망치 들고 직접 수술

절삭한 건 영업사원, 꿰맨 건 PA "충격 법정 증언 나와"

최근 MBC 프로그램 '히든아이'에서 성형수술 중 사망한 고(故) 권대희 씨 사건이 방송되면서 대리·유령수술의 실태가 다시 사회적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환자의 동의도 받지 않은 채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에 참여하거나 의료진이 아닌 이들이 집도의로 둔갑하는 불법적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이른바 ‘공장식 수술’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 사건의 7차 공판이 지난 9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렸다. 이번 재판은 지난 5월 6차 공판 이후 4개월 만에 다시 열린 것으로, 재판 지연에 대한 우려 속에 많은 관심을 모았다.

연세사랑병원 고용곤 원장은 의료기기 회사 영업사원 등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대리수술을 맡기고, 실제 집도의가 아닌 의사의 이름을 진료기록에 기재한 혐의로 지난해 5월 병원 소속 의사 및 직원들과 함께 기소됐다.

특히 국정감사 과정에서 고 원장이 1년에 3천 건이 넘는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했다고 건강보험에 청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료계와 사회 전체에 큰 충격을 안겼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한 수술 건수라는 점에서, 병원이 조직적으로 대리·유령수술을 진행하며 ‘공장식 수술방’을 운영했기에 가능했다는 지적이 의료계 안팎에서 제기됐다.

그러나 사건이 세상에 드러난 지 3년이 넘었음에도 1심 재판은 아직 마무리되지 못하고 있다.

고 원장이 2024년 5월 29일 기소된 이후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피고인 측의 공판기일 변경 요청과 변호인 변경, 기일 연기 신청 등으로 인해 재판은 여러 차례 지연됐다. 실제로 지난 5월 열린 6차 공판 이후 7차 공판은 애초 9월 4일로 잡혔으나 8일로, 다시 29일로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재판 지연에 대한 피해와 우려는 고스란히 환자와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번 7차 공판에서는 순환간호사로 근무했던 김미영(가명)이 증인으로 출석해 충격적인 증언을 내놨다.

그는 2021년 3월부터 4월까지 한 달간 연세사랑병원에서 근무하며 직접 목격한 사실을 상세히 진술했다.

김 씨는 “수술실 밖에서 일부 영업사원들이 ‘간호조무사 자격증이라도 따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하며, 당시 8~9명의 영업사원이 매일 출근해 수술방에 상시 출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들이 단순히 기기를 설치하거나 기술적인 자문을 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수술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특히 인공관절 수술 과정에서 절삭, 벌림, 임플란트 삽입, 망치질 등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핵심 시술을 영업사원이 직접 수행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그는 “의사와 영업사원이 한 몸처럼 손을 맞췄고, 의사가 잠시 손을 놓으면 영업사원이 바로 이어받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다”며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설명했다. 마지막 봉합 과정만 PA 간호사가 들어와 맡았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진술했다.

또한 수술실 현황판에는 집도의로 고용곤 원장이 표시돼 있었지만, 실제 수술실에는 다른 의사가 들어와 있었다고 주장해 수술 기록과 표시가 허위로 기재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뒷받침했다.

검찰은 고 원장이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수술을 맡기고도 진료기록부에는 허위로 의료진 이름을 기재했다고 지적하며 이는 「의료법」, 「의료기기법」,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의료법상 의사가 아닌 사람의 의료행위는 금지돼 있으며, 환자의 진료기록은 사실대로 작성해야 한다.

그러나 병원 측은 순환간호사의 증언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연세사랑병원 측 대리인 변호사는 “증인은 순환간호사로서 수술 전체 과정을 알 수 없는 위치에 있었음에도 전 과정을 본 것처럼 진술하고 있다”며 증언의 신뢰성에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공판 과정에서도 연세사랑병원에 상주하던 의료기기 영업사원들이 직접 수술에 참여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이들은 법정과 언론을 통해 “수술실에서 뼈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망치질로 핀을 박고, 봉합이나 소독 등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행위를 했다”고 진술했다.

환자 동의 없이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지난 6차 공판에서도 순환간호사가 증인으로 참석해 유사한 증언을 한 바 있다. 그러나 일부 증인의 불출석이나 증언 지연으로 인해 재판 진행에는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부산 365병원에서는 대리수술로 인해 16명이 무더기 기소됐으며, 김해 강일병원 역시 대리수술 의혹으로 보건소가 국민권익위원회에 고발됐다. 2018년 파주의 한 병원에서는 의사가 아닌 사람이 수술을 집도하다 환자 두 명이 잇달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울산의 한 산부인과, 광주의 척추전문병원, 강남 성형외과 등에서도 대리·유령수술이 적발돼 의사와 병원 관계자들이 징역형과 행정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처벌은 여전히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중대한 범죄임에도 불법 수술은 의료현장에서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형사소송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이 불출석하거나 증언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 부과나 감치 처분까지 가능하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히 한 병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건강권을 근본적으로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재판은 특정 병원과 의사의 문제를 넘어, 의료계 전반에 만연한 불법 수술 관행을 어떻게 근절할 것인가라는 더 큰 과제를 던지고 있다.

연세사랑병원 사건은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한국 의료 시스템의 허술한 관리와 책임 구조의 문제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오는 12월 15일 오전 11시 열리는 8차 공판에서는 증인 000이 추가로 출석할 예정이며, 그가 다시 한 번 충격적인 증언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이번 재판이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불법 의료 행위를 바로잡고, 의료계에 만연한 대리·유령수술의 고리를 끊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범죄적 의료 행위가 더 이상 반복되지 않도록 실체적 진실 규명과 엄정한 판결, 그리고 제도 개선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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