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PSS 주진노 칼럼) 편집국에 앉아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 언론계의 오랜 관행이 이제는 명백한 한계에 부딪혔음을 절감합니다.
비슷한 제목, 동일한 사진, 내용마저 대동소이한 기사들이 몇 분 간격으로 포털을 뒤덮는 현 상황, 우리는 이것을 ‘어뷰징’이라 부르며 트래픽 경쟁의 산물로 여겨왔지만, 이제는 복제품은 사라지고 진짜 기자의 시대가 왔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AI가 엄청난 생산속도로 인해 양적생산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양이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업과 기관이 쏟아내는 보도자료를 아무런 검증이나 분석, 평가의 과정 없이 그대로 옮겨 적는 '받아쓰기 저널리즘' 역시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가 왔습니다.
지난 20여 동안 폭발적 데이터 저널리즘은 기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언론사를 단순 ‘전달자’로 전락시켜 콘텐츠 기업으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를 반복했습니다.
단기적인 트래픽과 실적에 눈이 멀어 저널리즘의 본질을 외면한 결과는 참담합니다. 독자는 떠나고 신뢰는 무너졌습니다. 기자는 기레기라 불리는 상황이 된지는 오래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장의 규칙이 바뀌고 있습니다. 그 변화의 중심에는 우리가 늘 주시하는 구글과 거대한 AI의 물결이 있습니다. 이들은 더 이상 ‘양’에 속지 않습니다.
첫째, ‘독창성’과 ‘신뢰성’이 콘텐츠의 새로운 화폐가 되었습니다.
구글은 이제 ‘원본’을 가려냅니다. 수십 개의 유사 기사 중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콘텐츠를 택해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나머지는 사실상 웹상에서 존재 의미를 잃게 됩니다.
특히 구글이 내세운 ‘E-E-A-T’는 뉴스저널리즘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검색엔진 최적화 기술이 아니라, 좋은 콘텐츠의 본질에 대한 구글과 다양한 플랫폼이 추구하는 철학입니다.
경험(Experience): 발로 뛰는 현장 취재와 체험 없이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생생함.
전문성(Expertise): 한 분야를 깊이 파고드는 통찰력.
권위성(Authoritativeness): 오랜 시간 쌓아 올린 언론사와 기자 개인의 명성.
신뢰성(Trustworthiness): 모든 저널리즘의 근간이 되는 정확한 사실관계.
결국 구글이 찾는 것은 어뷰징과 양산형 콘텐츠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진짜 기자의 땀과 노력이 담긴 콘텐츠입니다.
둘째, AI는 ‘가치’를 식별하는 정교한 필터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AI로 저품질 기사와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려는 시도도 있고 실제로 그러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AI는 이러한 ‘의미 없는 콘텐츠’를 걸러내는 데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AI가 생성했든, 사람이 썼든 중요한 것은 단 하나입니다.
“이 콘텐츠가 독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가?”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미래는 암울하지만은 않습니다. 오히려 진짜 저널리즘을 추구해 온 언론사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생존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깊이’와 ‘관점’으로 승부해야 합니다. 사실 전달을 넘어선 심층 탐사 보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데이터 저널리즘, 각계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각을 담은 인터뷰와 칼럼이 우리의 무기가 되어야 합니다.
AI를 ‘하인’이 아닌 ‘현명한 조수’로 삼아야 합니다. 방대한 자료 요약, 데이터 분석, 팩트체크에 AI를 활용해 기자들이 핵심 취재와 분석에 몰두할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AI로 독자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맞춤형 뉴스를 추천하는 것 역시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하는 지름길입니다.
변화하는 뉴스 소비 지형에 올라타야 합니다.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통해 뉴스를 소비하는 시대입니다. 우리의 고품질 콘텐츠가 그곳에서도 정확히 인용되고 출처가 명시되도록 대응해야 합니다. 또한, 텍스트를 넘어 영상, 팟캐스트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강화하고, 독자와 직접 소통하며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오늘, 그리고 내일의 뉴스 시장에서 ‘어뷰징’과 ‘양산’은 의미 없는 일에 시간을 쓸 뿐입니다. 시간이 걸리고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독자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제공하는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콘텐츠만이 현명한 독자의 선택을 받을 것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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