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맘다니, 독설 뒤에 숨겨진 협력…백악관 회동서 ‘예상 밖 화해’

공방 끝에 마주한 백악관, 긴장 대신 유화 분위기 연출
정책 공감대 확인하며 정치적 입지 확장…윈윈 해석도

트럼프 대통령과 맘다니 당선인의 첫 회동이 예상과 달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지난 2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된 회동은 정치적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열려 미국 사회의 관심을 모았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의 조란 맘다니 뉴욕시장 당선인을 "공산주의자"라 비하하며, 뉴욕시에 대한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 중단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이에 맞서 맘다니 당선인은 트럼프 대통령을 "독재자", "폭군", "파시스트"라 칭하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그러나 이번 백악관 집무실 회동에서 양측은 예상외로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며, 공동의 정책 목표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동 직후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동의하는 부분이 훨씬 많다"며 "그가 잘하기를 바라며 우리는 그가 잘하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또한 맘다니 당선인을 향해 "정말로 훌륭한 시장이 될 수 있다", "그가 잘할수록 나는 더 행복하다"고 칭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공산주의자로 낙인찍었던 맘다니 당선인을 두고 "매우 강력한 사람들과 경쟁해 쉽게 승리했다"고 선거 과정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정당 등 어떤 차이도 없다", "우리는 뉴욕을 강하게 만들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맘다니 당선인도 "우리가 함께 존경하고 사랑하는 장소인 뉴욕과 뉴요커들에게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회동의 의미를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작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뉴요커들의 의견을 반영해 생활물가 문제를 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생활비 문제에 공감을 표하며, 일부 정책에서 양측이 유사한 입장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가 가진 아이디어 일부는 내가 가진 아이디어와 정말 똑같다"며, 물가, 주거, 범죄 문제 등 구체적인 정책 이슈에서 유사한 해법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과거 강경한 발언들과 달리, 맘다니 당선자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며 "그가 강하고 매우 안전한 뉴욕이라는 모든 사람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맘다니 당선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을 폭군이나 파시스트라고 지칭한 과거 발언에 대한 질문에 다소 머뭇거렸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웃으며 "괜찮다. 그냥 그렇게 말해도 된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이날 회동은 언론에 비공개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언론에 공개해도 괜찮다"고 밝혔고, 실제로 회동 후 두 사람은 함께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은 회동이었지만 밖에는 수백명의 취재진이 기다리고 있었다"며 이 회동에 대한 높은 관심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의 승자...누구?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이번 회동을 두고 맘다니 당선자를 '최대 승자', 트럼프 대통령을 '확실한 승자'로 평가했다. 두 인물이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도 정책 공통점을 부각하고,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생산적인 만남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정치적 윈윈이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보수진영 최대 인사인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공개적인 지지를 이끌어낸 맘다니 당선인은, 민주사회주의자라는 정치적 정체성을 유지한 채 정치적 입지를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도 강성 보수의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대화와 타협의 이미지를 부각시켜 정치적 지형 확장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환대가 최근 하락세를 보이는 지지율 회복을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맘다니가 가진 '빛'을 좀 떼어다가 자기한테 문질러볼까 해보는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지적했다.

한편 맘다니 당선인은 오는 2026년 1월 1일 뉴욕시장에 공식 취임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