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한일령' 현실화? 홍콩의 노선은...

외교 비판 넘어 방송·문화 콘텐츠 중단, 항공 예약도 차단 움직임
중국 본토 이어 홍콩도 '한일령' 동참... 국가보안법 이후 본토화 가속

홍콩 당국이 일본과의 공식 교류를 잇달아 중단하며 중국 본토의 외교 기조에 보조를 맞추는 모양새다.

24일 홍콩 행정수반인 존 리 행정장관은 "홍콩과 일본 간 모든 공식 교류는 국가의 존엄과 홍콩 시민의 이익에 부합해야 한다"며 "일본과의 교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지도자의 '매우 잘못된 발언'으로 중일 교류 분위기가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강조했다.

리 장관이 언급한 발언은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 상황이 일본의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언급한 내용이다. 리 장관은 이 발언에 대해 "중국 국민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 뿐 아니라, 전후 국제 질서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어떤 중국 국민도 이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한 "보안국은 사태 전개를 면밀히 주시하고 그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며 "일본 내 홍콩 주민들 역시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콩 언론은 이와 관련해 일본과의 여러 교류 행사가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홍콩 당국이 다음 달 초로 예정됐던 미우라 준 일본 총영사와 홍콩 고위 경제 정책 관료 간 회의의 취소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또한 다음 달 중순 일본 총영사관이 주최 예정이던 행사에 초청받은 홍콩 경찰 고위 간부도 불참을 통보했으며, 인베스트HK는 지난 18일 개최 예정이던 일본-홍콩 기업 간 교류 행사도 사실상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리 장관은 교도통신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홍콩 정부의 최근 조치는 중국 본토의 이른바 '한일령(限日令)' 기조와 일맥상통한다. 중국 본토는 다카이치 총리의 발언 이후 일본과의 경제·문화 교류를 잇달아 중단했으며, 홍콩 역시 유사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홍콩 공영방송 RTHK는 일본 애니메이션 '일하는 세포들' 시즌2 방영을 중단했으며,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도 중국 본토에서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또한, 지난 15일 홍콩 보안국은 "일본에서 중국 국적자에 대한 공격 사건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며 일본 여행 자제를 권고했고, 중국 외교부도 같은 날 유사한 권고를 내렸다. 캐세이퍼시픽 등 홍콩 항공사들은 일본행 항공편 예약 승객들에게 여행 계획 변경 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홍콩 교육국은 오는 12월 일본 정부 주최 지역 청소년 교류 프로그램에 안전 문제를 이유로 참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교도통신은 이번 조치가 2012년 일본의 센카쿠 열도 국유화 조치 당시와는 상반된 태도라고 평가했다. 당시에는 '일국양제' 체제 아래 홍콩이 일본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만,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 이후에는 중국 본토와 더욱 통합된 대응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 본토에서 홍콩과 같은 '일국양제' 체제 하에 있다고 주장하는 대만은 일본과의 관계에서 다른 노선을 취하고 있다. 지난 21일 대만 식품약물관리서는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제재를 전면 해제했으며, 20일에는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일본산 해산물로 만든 초밥을 먹는 사진을 공개해 일본과의 연대를 내비쳤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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