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전문가들 “종묘 앞 고층개발, 공동 영향평가로 해법 찾아야”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 종묘 일대 개발 관련해 ‘세계유산 공동영향평가’ 제안

세계유산 전문가들 “종묘 앞 고층개발, 공동 영향평가로 해법 찾아야” / 사진=연합뉴스
세계유산 전문가들 “종묘 앞 고층개발, 공동 영향평가로 해법 찾아야” / 사진=연합뉴스

서울 종묘 앞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세계유산 전문가들이 서울시에 세계유산영향평가(HIA) 이행을 공식 촉구하고 나섰다.

24일 학계에 따르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한국위원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 일대 개발 문제와 관련해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전문가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세계유산 공동영향평가’를 제안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이번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위원회는 전날 이사회를 통해 작성한 입장문에서 “공동 영향평가와 국제 자문 절차의 공식 가동이 가장 효과적인 해법”이라며 “과학적 근거와 국제 기준, 도시 발전과 지역 공동체 요구를 균형 있게 고려하는 합리적 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코모스는 유네스코의 공식 자문기구로, 세계유산 등재 심사와 보존·관리 평가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현재 130여 개국에서 약 1만 명의 전문가가 활동 중이다. 한국위원회는 1999년 설립됐으며, 위원장은 최재헌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가 맡고 있다.

위원회는 현재 상황에 대해 “초고층 개발 계획과 경관 축 훼손 가능성, 관계 기관 간의 조율 부족 등이 세계유산센터와 국내외 전문가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위원회는 “영향평가는 개발을 무조건 막는 제도가 아니라, 높이·배치·조망선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비교 분석해 보존과 개발이 양립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 위한 국제적 표준 도구”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재 필요한 것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국제 절차를 정상적으로 가동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유산센터와 자문기구가 2022년 공동 발간한 '세계유산 영향평가 지침서'에 따르면, 세계유산위원회는 최근 10년간 200건이 넘는 유산에 대해 영향평가를 요청한 바 있다. 지침은 개발 행위가 세계유산에 미칠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고, 유산 훼손을 예방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대안을 도출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는 “종묘 사안은 고층 개발과 세계유산 보호가 충돌하는 전형적인 도시형 갈등 사례”라며, “국제 기준에 기반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 절차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달 세운4구역의 최고 건물 높이를 142m까지 상향 조정했으며,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세계유산영향평가 이행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 밖에 위치해 법적 평가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가유산청은 종묘 일대를 ‘세계유산지구’로 지정하고, 해당 사업이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미칠 영향을 공식 검토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처럼 개발과 보존 사이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이코모스 한국위원회의 공동 평가 제안은 향후 서울시와 국가유산청 간 대화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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