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승 칼럼] 바지락에서 얻은 교훈

 

지난 연휴 가족들과 함께 제부도에 다녀왔다. 광고판에 표시된 ‘갯벌체험’을 보고 좋은 기회라 생각해서 아이들과 함께 바지락 잡기에 도전했다. 장화와 호미 그리고 바지락을 담을 수 있는 작은 망을 하나씩 받았다. 속으로 ‘이렇게 작은 망을 주다니 인색하구만’하는 생각으로 한 망 가득 담아오겠노라는 각오로 출발했다.

넓은 갯벌 아무데나 파면 나올 줄 알았던 조개들이었지만 생각보다 찾기 어려웠다. 허리를 폈다 오므렸다 하기를 두어 시간, 그 넓은 뻘에서 건져 올린 건 바지락 4개가 전부였다. 작게만 생각했던 그물망이 참치 4마리를 담기엔 너무나 커보였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허기진 배를 달래러 근처에 있는 칼국수 집을 들어갔다. 항상 넘치는 양이 특징이었던 바지락 칼국수를 양껏 먹을 수 있었다. 평소 같으면 남기고 나왔을 것이지만 냄비 속에 입을 벌리고 남아 있는 바지락들이 “나 여깄어~”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두 어 시간동안 그렇게 찾고 있었던 바지락을 차마 그냥 두고 나올 수 없었다. 마지막 한 마리까지 드넓은 뱃속 갯벌로 담아 주었다.

사실 4마리를 잡았다고 했지만 훨씬 더 많은 바지락을 발견했었다. 그런데 그 발견의 반가움도 잠시, 뒤집어 보면 썩었고 또 어떤 것은 빈 껍데기였다. 그 넓은 갯벌에 바지락이 4개만 있을리는 없다. 그러나 찾는 사람에게 만족을 주는 것은 그 소수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발견의 기쁨을 주고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아니면 빈 껍데기와 같은 모습에 실망감을 주는 것은 아닌지 두려운 마음도 들었다.

신앙인의 한 사람으로서 합당한 자를 찾으시는 하나님 앞에 나는 어떠한 존재인지를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겉은 깨끗하나 속에는 각양 탐심이 있었던 책망 받은 사람들이 되지 않고,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나 또한 입을 열어 “저 여기 있어요”라고 외치는 하나님께 발견의 기쁨을 드리는 1인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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