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만든 시험 무법지대…명문대 집단 부정행위 적발

연세대·고려대 비대면 시험서 대규모 부정행위 발생
생성형 AI와 오픈채팅 활용한 커닝, 대학 내 윤리 문제로 비화

대학교 강의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대학교 강의실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연합뉴스

비대면 강의 확산 속에서 대형 강의 중간고사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연이어 적발되며 대학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에서 3학년 대상 수업인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의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다수의 학생이 부정행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다. 해당 수업은 약 600명이 수강 중이며, 시험은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학생들은 시험시간 내내 컴퓨터 화면과 손, 얼굴이 나오는 영상을 제출해야 했지만, 일부는 촬영 사각지대를 만들거나 여러 프로그램을 겹쳐 띄우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업을 담당한 교수는 "학생들의 부정행위가 다수 발견됐다"고 밝히며, 적발된 학생들의 중간고사 점수를 0점 처리하겠다고 공지했다. 교수는 자수를 권유하기도 했다. 수강생들 사이에서는 부정행위에 연루된 학생이 절반을 넘을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올라온 투표에서는 응답자 353명 중 190명이 ‘커닝했다’고 답했다.

특히 이번 부정행위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특히 챗GPT의 활용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수강생 A씨는 "대부분 챗GPT를 사용해 시험을 치른다"며 "나만 안 쓰면 학점을 따기 어려울 거라는 계산"이라고 말했다. 지난 학기 같은 수업을 들은 또 다른 학생 B씨도 "많은 친구가 AI로 검색해 가며 시험을 봤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 10월 25일, 고려대학교에서도 비대면 강의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 중간고사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해 시험이 전면 무효화됐다. 약 1400명이 수강하는 이 강의에서 일부 학생이 시험 중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문제 화면을 공유하고 답안을 주고받은 사실이 제보로 드러났고, 학교 측은 지난 27일 이를 공식화했다.

고려대학교는 "부정행위를 묵과할 수 없다"며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하는 특단의 조치를 밝혔다. 현재 관련 학생들에 대한 후속 조치가 논의 중이다.

이번 사건들은 비대면 교육 환경에서의 부정행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생성형 AI의 등장 이후 대학 내 학습 윤리와 시험 운영 방식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4~6년제 대학생 91.7%가 과제나 자료검색에 AI를 활용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국 131개 대학 중 71.1%는 여전히 AI 사용 관련 가이드라인을 갖추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학습이 일반화된 만큼, 교육 방식의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명주 AI안전연구소 소장은 "AI 결과물뿐 아니라 개인 의견을 적어내게 해 비판적 사고를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장은 "대면 발표나 심층 토론 같은 새로운 교육 방식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는 비대면 수업 환경의 특성을 악용한 부정행위에 대한 체계적 관리와 감독을 강화해야 하며, 학생들의 윤리 의식 제고를 위한 교육 또한 병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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