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갤러리 508, 이준호 개인전 '상처의 자리, 꽃이 피다' 개최

갤러리 508에서 11월 25일부터 내년 1월 26일까지 산수화를 중심으로 조형적 탐구를 이어온 이준호 작가의 신작 개인전 <상처의 자리, 꽃이 피다>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오랜 시간 탐구해 온 ‘현대 산수’의 회화적 언어를 확장하여, 처음으로 ‘꽃’ 시리즈를 선보이는 전환점이자 새로운 시기의 서막이 된다. 이준호는 지난 20여 년간 자연의 형상과 시간의 흔적을 탐색하며, 칼로 긁어내는 행위를 회화의 핵심으로 삼아왔다.

초기에는 강렬한 붉은빛 산을 중심으로 한 색채 실험을 통해 주목받았고, 이후에는 회색, 청색, 흑색 등으로 확장된 다층적 색면을 통해 자연의 리듬과 내면의 질서를 탐구했다. 

 

이준호전 포스터
이준호전 포스터 / 사진=갤러리 508

이번 전시에서 그는 ‘산’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꽃’이라는 생명의 형상을 통해 조형 언어를 새롭게 펼친다. 화면을 덧칠하지 않고 수만 번의 칼질로 긁어내는 역행적 회화 행위를 반복함으로써, 작가는 상처와 치유, 절제와 폭발, 생성과 소멸의 이중적 에너지를 꽃의 형태 속에 담아낸다. 

작가에게 ‘꽃’은 장식적이거나 상징적인 대상이 아니다. 그는 “수만 번의 칼질은 비로소 꽃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얻어진 수행적 결과이자, 상처의 자리에서 피어난 생명의 은유다. 긁히고 잘려나간 칼날의 흔적은 꽃잎의 결로 남고, 화면 위에 쌓인 단면들은 한 송이 꽃의 중심이 된다.

이번 ‘꽃 시리즈’는 색채의 절제를 통해 오직 조형 행위의 본질만을 남긴다. 단색의 화면 위에 새겨진 칼날의 흔적은 고요하지만 강렬하며, 침묵 속에서 피어오르는 생명의 숨결을 드러낸다. 이준호의 ‘칼로 그린 꽃’은 상처와 생명, 절제와 폭발이 공존하는 조형의 시(詩)이자,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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