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사용은 장려, 부정행위는 금지”…전 세계 대학들 ‘에이아이저리즘’ 대응 고심

“AI 사용은 장려, 부정행위는 금지”…전 세계 대학들 ‘에이아이저리즘’ 대응 고심 / 사진=연합뉴스
“AI 사용은 장려, 부정행위는 금지”…전 세계 대학들 ‘에이아이저리즘’ 대응 고심 / 사진=연합뉴스

AI를 활용한 대학 내 부정행위가 확산되면서 국내외 대학들이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한 대응 체계를 서둘러 정비하고 있다.

최근 연세대에서 중간고사 시험 중 챗GPT를 활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한 가운데, 해외 주요 대학들도 과제와 시험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두고 각기 다른 방식의 정책을 시행 중이다. 해외에서는 이 같은 문제를 ‘AI와 표절(plagiarism)’을 합친 ‘에이아이저리즘(AIgiarism)’이라는 신조어로 부르며 공론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지난 3월, 전교생과 교직원에게 챗GPT 접근 권한을 부여했으나, 실제 활용에 대해서는 논문 개요나 아이디어 도출 수준으로만 제한하고 있다. 반다(27) 씨(옥스퍼드대 박사과정)는 "학생들의 AI 활용을 장려하는 분위기지만, 이를 강하게 제한하는 강사도 있다"고 말했다.

영국 대학 131곳을 조사한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1년간 학생들이 AI를 부정하게 활용한 사례는 약 7천건에 달했다. 워릭대 졸업생 이모(25) 씨는 "과제 제출 시 AI 사용 시 0점 처리된다는 경고가 항상 붙어 있었다"고 전했다.

미국에서도 대응이 강화되고 있다. 하버드대는 강의계획서에 AI 활용 원칙을 명시하도록 했고, MIT는 AI 활용이 가능한 구체적 사례를 과제 유형별로 구분해 안내하고 있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들은 대면 시험을 원칙으로 하며, 부정행위 방지를 위한 기술적 장치도 병행한다.

뉴욕대 경제학과 진현석(25) 씨는 "시험은 무조건 강의실에서 진행되며, 조교들이 계속 감시해 부정행위 여지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도쿄대 재학생 김모(24) 씨는 "과제에 AI를 활용한 경우 해당 부분을 명시해야 한다"고 전했다. UC 샌타바버라의 이모(22) 씨는 "시험 응시 전 AI 사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설치가 필수이며, 적발 시 정학 또는 퇴학 조치가 내려진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 대학들의 대응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131개 대학 중 AI 관련 가이드라인을 도입한 곳은 30곳(22.9%)에 불과하다. 서울에서는 연세대, 고려대, 경희대, 중앙대, 성균관대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이들 대학의 가이드라인도 대부분 2023년 챗GPT의 급속한 확산 직후 급하게 마련돼, 이후 업데이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연세대는 지난해 5월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제정했으나, "수업 특성에 따라 AI 활용 여부는 교수 재량에 맡긴다"는 수준에 그쳤다. 시험과 과제 관련 지침으로는 온라인보다는 대면 혹은 구술 시험을 권장하고, 온라인 시험 시 카메라 감독과 화면 녹화를 안내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번 논란이 된 ‘자연어 처리(NLP)와 챗GPT’ 수업도 해당 가이드라인을 따랐으나, 결과적으로 집단 부정행위를 막지 못했다. 이에 연세대는 현재 AI윤리 포럼 형식의 공청회를 추진 중이다.

고려대는 2023년 3월 'AI 활용 기본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후, 올해 8월 이를 80여 쪽 분량으로 확대해 업데이트했다. 교수들에게는 AI 관련 기준을 강의계획서에 명시하고, 학생과의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오해 소지를 줄이라는 지침도 포함됐다. 고려대는 내년 상반기 중 가이드라인을 다시 개정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성 있는 AI 가이드라인 도입과 함께, 평가 방식의 전환 및 교육과정 내 AI 활용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삼석 동국대 AI융합대학 석좌교수는 "AI 활용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기준을 세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도 "학생뿐 아니라 교수와 교직원까지 포함해 AI 활용법 교육을 필수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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