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실업자 11만9천명, 4년 만에 최대치... 전체 실업자의 18.1% 차지
25∼29세 대졸 이상 장기실업자 1만9천명... "2030 고학력 백수 문제가 핵심"

청년 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는 가운데, 일자리를 6개월 이상 찾지 못하는 고학력 20·30 세대는 오히려 늘어나며 한국 고용시장의 구조적 균열이 심화되고 있다.
인구 감소와 장기 실업 증가라는 두 가지 악재가 동시에 진행되는 '이중 역설' 앞에서, 우리 사회가 맞닥뜨린 고용 위기의 본질이 드러나고 있다.

17일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구직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 실업자는 11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2021년 10월 12만8000명을 기록한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5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장기 실업자는 10만명을 웃돌다가 이후 10만명 아래로 내려왔지만, 지난달 다시 크게 늘어난 것이다.
더 심각한 건 비중이다. 10월 전체 실업자 65만8천명 중 장기 실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18.1%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99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여파가 이어지던 1999년 10월 장기 실업자 비율 17.7%마저 넘어선 수치다. 올해 4월까지만 해도 이 비율은 9.3%에 불과했으나, 5월 11.4%로 상승한 뒤 6개월 만에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장기 실업자 증가는 특히 고학력 청년층에서 두드러진다.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4년제 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20∼30대 장기 실업자는 3만5000명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3만6000명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연령대를 5세 단위로 세분화하면 문제의 중심이 더욱 선명해진다. 25∼29세 구간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보유하고도 6개월 넘게 구직 상태에 머물러 있는 이들이 1만9천명에 이른다. 지난 3월 2만명을 찍은 이후 다시 그 수준에 근접한 셈이다. 통계는 명확한 신호를 보낸다. 이른바 '2030 고학력 백수' 문제가 장기 실업 증가의 핵심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구직을 포기한 청년층, 즉 '쉬었음' 인구는 되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청년층 쉬었음 인구는 40만9천명으로 1년 전보다 9천명 줄었다. 최근 6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청년들의 ‘완전한 이탈’은 줄어든 듯하지만, 여전히 노동시장 진입에 실패한 고학력 장기 실업자가 쌓이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일자리 미스매치는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 큰 우려는 시간차 효과다. 전문가들은 장기 실업자가 구직 의지를 완전히 상실할 경우 곧바로 '쉬었음' 상태로 전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금은 쉬었음 인구가 감소한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 구직에 지친 청년들이 언제든 노동시장에서 등을 돌릴 수 있는 잠재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심각성은 청년 인구 감소 추세와 맞물리며 증폭된다. 청년 인구는 지난 3월 801만6천명에서 4월 799만4천명으로 떨어지며 800만명 선이 무너졌다. 이후에도 매달 전년 동월 대비 약 20만명씩 감소하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들면 일자리를 구하기 쉬워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다. 인구는 급감하는데 고학력 장기 실업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역행 현상'이 고착화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고용 연계 시스템의 근본적 실패를 보여주는 증거다.
이 같은 이중 역설이 장기화될 경우, 향후 성장 잠재력과 사회 안전망 전반에 심각한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하기 전, 고학력 인재와 적합한 일자리를 매칭시킬 수 있는 구조적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연합뉴스, 국가데이터처 국가통계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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