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뒤에 벌어진 일…내 몸에 메스를 댄 건 '의사'가 아니었다
관행인가 범죄인가…수술실에 잠입한 ‘비의료인’의 손
병원이 숨긴 진실…영업사원이 내 수술을 집도했다?
“기자님, 저는 도대체 누구에게 수술을 받은 겁니까.”
필자가 현장에서 가장 빈번히 접하는 제보는 이 질문으로 시작된다. 환자는 마취 이후 깨어날 때까지, 그 사이 자신의 몸에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메스를 댔는지조차 모른 채 수년을 살아간다.
더 끔찍한 점은 이런 사례가 결코 드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연세사랑병원을 포함해 필자가 취재해 온 다수의 정형외과. 신경외과 .성형외과 등의 병원에서는 동일한 정황이 반복적으로 목격됐다.
수술실 안에서 의사가 아닌 사람이 기구를 잡고, 나사를 조이고, 뼈 고정에 관여했다는 증언이 이어졌고,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설명(데모)”을 넘어 “수술의 일부에 참여하고 집행했다”는 진술도 적지 않았다. 병원들은 이를 “관행”이라고 둘러댔지만, 그 관행 아래에서 환자의 몸과 인생은 조용히 훼손돼 왔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일이 연세사랑병원만의 문제였던 것도 아니다. 이미 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난 병원들만 보더라도 상황은 더 심각해진다.
서울 강남의 A정형외과는 비의료인 PA에게 절개·봉합을 맡긴 혐의가 인정돼 원장과 관계자가 처벌받았고, 부산 B정형외과 역시 영업사원에게 기구 조작과 나사 삽입을 맡긴 사건으로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전 C신경외과도 비의료인의 상습적 수술 참여 정황이 드러나 처벌을 피하지 못했다. 뿐만아니라 인천 21세기병원(재판중), 이대서울병원(수사중), 광주 D병원(판결확정), E비뇨기과 병원(형확정) 00산부인과병원(항소심서 징역형 및 벌금) 등 지금도 전국에서 여러 병원은 대리수술 혐의로 형사 재판을 진행 중이거나 형이 확정된 상태이다.
폐쇄된 수술실, 무력한 환자, 그리고 ‘관행’이라는 방패
이 지점에서 우리는 더 이상 “특정 병원의 일탈”이라는 말로는 이 문제를 설명할 수 없다. 구조 자체가 이미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법은 누구보다 선명하다. 의료법 제27조는 “의료인이 아닌 자는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한다.
대법원 역시 일관되게 판시해 왔다.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의사가 수술에 참여할 경우 이는 사기죄에 해당하고, 비의료인에게 수술의 일부라도 맡기면 그것은 명백한 무면허 의료행위라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수술실 안에서는 다른 논리가 기승을 부렸다. “기구가 처음 도입돼서 영업사원이 도와줬다”, “의사가 옆에서 지시했으니 괜찮다”, “핵심은 의사가 했기 때문에 문제 없다”는 식의 논리들이 병원 내부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오갔다.
이때 병원들이 가장 자주 꺼내드는 변명이 바로 ‘인력 부족’이다. 최근 들어 이것은 ‘간호법 통과–시행령 부재’라는 말과 결합해 더욱 교묘한 형태로 변주되고 있다.
일부 병원들은 “간호법은 통과됐지만 시행령이 없어 간호사의 업무 범위가 불명확하다”, “수술실 인력이 부족해 영업사원에게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 “PA 인력의 법적 지위가 공백이라 현실적으로 대체 인력이 없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는 결국 잘 포장된 괴변에 불과하다. 간호법의 시행령이 미정이라 해서 비의료인의 수술행위가 합법이 되는 것이 아니고, 인력 부족은 병원이 스스로 만든 경영 구조의 문제이지 환자의 몸에 대한 무단 접근을 정당화할 이유가 될 수 없다.
더불어 제도가 미비하다고 해서 의료인만 할 수 있는 행위가 갑자기 ‘예외적 허용’이 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이다.

연세사랑병원에서 반복된 패턴 – 결코 ‘단발 사고’가 아니다
연세사랑병원 관련 제보들을 분석하면 몇 가지 패턴이 반복된다. 환자에게 수술을 설명한 의사와 실제 수술에 관여한 인력이 서로 다른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동의서에는 특정 전문의 이름이 적혀 있지만, 실제 수술실 내부에서는 전혀 다른 의사 혹은 제3의 인물인 비의료인(영업사원 등)이 절개·봉합·기구 삽입 등을 수행했다는 진술이 이어졌다.
또한 영업사원이 “참관” 명목으로 들어온 뒤 시간이 지날수록 기구 조작, 나사 삽입 등 ‘의료행위의 핵심’에 가까운 역할까지 맡게 됐다는 증언도 있었다.
수술 후 통증이 악화되거나 결과가 설명과 다르자 뒤늦게 수술기록을 열람한 환자들은 기록과 설명이 서로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는 “담당 의사는 아예 수술방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
이처럼 수술실은 본질적으로 폐쇄된 공간이다. 환자는 마취로 인해 의식을 잃거나 크게 제한된 상태에 놓이고, 보호자의 출입조차 금지되며, 외부의 감시 장치 역시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 구조는 감염관리에는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불법의 은폐에는 최적의 조건이 된다.
누가 출입했는지 기록하지 않아도 되고, 누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병원 내부 문서만으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결국 사후에 남는 것은 병원이 작성한 기록뿐이다. 이 환경 속에서 병원들이 즐겨 사용하는 말이 바로 “관행”이다. “원래 이렇게 해왔다”, “다른 병원들도 다 한다”,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는 말들은 구조적 문제를 흐리고 목소리를 내는 환자를 ‘예외적인 사람’으로 고립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반드시 분명히 해야 할 사실이 있다. 환자가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수술실에 들어오는 순간, 그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범죄다. 의료인이 아닌 자가 환자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그건 관행이 아니라 형사범죄이며, 환자의 신체와 생명권을 침해하는 폭력이다.
이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연세사랑병원 사태는 끝나지 않은 사건이다. 새로운 제보와 자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관련 소송·고발·진정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지 몇몇 의사나 몇몇 병원의 문제를 넘어,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환자의 권리를 얼마나 취약한 구조 위에 놓아두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이 글은 그 구조의 바닥을 들추는 첫 번째 기록이다. 다음 편에서는 수술실의 또 다른 기만, ‘신의료기술’이라는 화려한 포장 아래 숨겨진 허위·과장광고의 실체를 다룰 예정이다.
- 韓美 조인트 팩트시트 공개 "무역·안보협상 명문화...車관세 15%, 韓핵잠·우라늄농축 지지"
- 뉴진스, 어도어에 전원 복귀 의사…민희진 “선택 존중”
-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사망 6명…전문성 부족, 재하도급 구조 도마 위
- 검찰총장, 중앙지검장 동시 사퇴…검찰 지휘부 초유의 공백 사태
- “가벼움의 대가일까”… 아이폰 에어, 판매 부진 속 후속 연기
- 직장갑질119 “삼성바이오로직스 개인정보 유출, 단순 보안사고 아닌 노동권 침해”
- ‘반포래미안트리니원’ 1순위 청약에 5만 명 몰려…“현금부자들의 로또” 쏠린 시선
- 노만석, 항소 포기 후 첫 출근…사퇴 압박엔 묵묵부답
- 비상계엄 인지하고도 보고 누락…조태용 전 국정원장 구속
- '편의의 이면'... 쿠팡 속도 경쟁의 대가, 새벽배송이 앗아간 30대의 생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