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백화점에 중국 브랜드 쉬인 입점하자, 유명 브랜드 연이은 철수…프랑스 패션계 ‘웅성’

BHV 백화점, 대금 미지급설 부인하며 “문제는 이미지”…쉬인 둘러싼 문화·윤리 논란 확산

(PPSS 양진희 인턴기자) 프랑스 파리의 대표적인 백화점 BHV에서 주요 브랜드들이 잇따라 철수하면서, 그 배경에 중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의 입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5일,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소속 향수 브랜드 게를랭과 디오르, 프랑스 의류 그룹 SMCP 산하 산드로, 마쥬 등 다수의 브랜드가 BHV 백화점에서 매장을 철수하거나 철수를 예고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들 브랜드는 백화점 측의 대금 미지급 문제를 철수 이유로 들었지만, 백화점 운영사 측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BHV의 모회사인 소시에테데그랑마가쟁(SGM)의 프레데리크 메를랭 회장은 지난 12일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서한에서 “최근 일부 소규모 브랜드에 이어 대형 브랜드들도 이탈을 발표했지만, 대금 지급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문제는 유동성보다는 이미지”라며 “일부 브랜드는 더 개방적이고 대중적인 상업적 전략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쉬인의 입점이 철수 결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우회적으로 내비친 발언으로 해석된다.

쉬인에서 옷을 구매하는 남성 

쉬인은 지난 5일 BHV 백화점 6층에 상설 오프라인 매장을 개장하며 프랑스 패션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개장 직후 약 5만 명이 매장을 방문했으며, 1인당 평균 약 45유로(한화 약 7만5천 원)를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백화점 측은 이 같은 방문 효과가 쉬인 매장에만 그치지 않고, 백화점 내 다른 브랜드 매장으로도 이어졌다는 점을 강조하며 쉬인 입점을 통한 고객 유입 성과를 자평했다.

샤를드골 공항에서 세관원들이 쉬인에서 발송된 제품들을 전수 조사하고 있다.

하지만 쉬인은 과거 유럽 내에서 반복적으로 윤리적 논란에 휘말려 왔다. 최근에는 어린이처럼 보이는 성인용 인형이 판매된 사실이 알려지며 프랑스 사회 전반에서 강한 비판을 받았고, 프랑스 내무부는 쉬인 플랫폼의 공공질서 훼손을 이유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 사건 이후 프랑스 당국은 쉬인에서 발송된 약 20만 개의 소포를 조사하는 등 감시 강도를 높였으며, 같은 중국계 온라인 쇼핑몰인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도 조사를 받는 등 여파가 확산됐다.

쉬인 입점 반대 플래카드 

프랑스 여성기성복협회는 지난달 성명을 통해 “쉬인과 손잡은 BHV의 결정은 직원, 고객, 나아가 프랑스 패션계 전체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프랑스 패션 산업은 장인의 수작업과 예술성을 중시해온 전통을 갖고 있는 만큼, 대량 생산된 저가 중국 의류 브랜드의 백화점 입점은 일종의 문화적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유럽연합(EU)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격화되며, 쉬인을 둘러싼 사법 및 제도적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4일, 쉬인이 프랑스에서 영업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는 화웨이와 ZTE 같은 중국 기업들이 유럽 시장에서 퇴출 압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쉬인 역시 비슷한 흐름에 놓여 있음을 시사했다.

파리 시내 쉬인 광고판을 지나는 프랑스 경찰 

백화점 측은 파리 시민들을 위한 현실적이고 대중적인 공간이라는 자부심을 앞세워 쉬인 입점을 옹호하고 있지만, 프랑스 패션계의 정체성과 상업 전략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유명 브랜드들의 연쇄 철수가 대금 문제인지, 브랜드 이미지 훼손에 대한 우려 때문인지에 대한 진실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쉬인의 입점은 BHV 백화점의 전통적 위상과 미래 전략 모두에 중대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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