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음료 혼합 소비가 학생들 사이에서 시험 기간마다 반복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몬스터, 박카스, 전해질 음료, 비타민 음료 등을 조합한 레시피가 심심찮게 공유되고 있으며, SNS와 커뮤니티에는 ‘몬박’, ‘파워박갈배’ 같은 이름으로 추천되며 익숙한 문화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러한 혼합 음료 문화는 "웬만한 에너지 드링크보다 낫다"는 입소문이 퍼지며 시험 기간 필수품처럼 소비되고 있다. 이 현상은 피로와 수면 부족이 당연해진 환경에서, ‘즉각 각성’을 추구하는 에너지 드링크 문화와 ‘기력 보충’ 중심의 자양강장제 문화가 결합한 형태에 가깝다. 즉, 피로와 수면부족으로부터 버티기 위한 것으로 기능한다.
혼합 음료 유행은 기업 차원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현상이다. 얼음, 박카스, 사이다를 혼합한 ‘얼박사’가 입소문을 타면서 지난 6월, 동아제약과 GS25가 협업해 이를 캔 음료로 출시했다. '얼박사'는 두 달 만에 278만 개가 팔리며 인기를 증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2000년대 중반 가루 비타민이나 피로회복제, 이온음료, 각성제 등을 섞어 만들었던 ‘붕붕드링크’를 연상시킨다. ‘붕붕드링크’가 건강에 위험하다는 지적은 당시 보도를 통해 재차 경고된 바 있지만, 현재까지도 사라지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며 확산되고 있다. 결국 혼합 음료 소비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고질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피로회복 음료 문화는 1963년 박카스 출시로부터 시작됐다. 약학정보원에 따르면 피로회복제는 비타민, 아미노산, 간기능 개선제, 카페인을 조합해 체력 회복을 돕는 약제로 분류된다. 박카스는 그 대표적인 제품으로 오랜 시간 소비자에게 사랑받아왔다. 현재도 박카스디액, 박카스에프액, 박카스디카페액 등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층에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레드불, 핫식스, 몬스터 등 글로벌 에너지 드링크의 등장은 시장의 구도를 바꾸었다. 박카스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안정성과 감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신생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들은 액티비티한 마케팅 캠페인을 기반으로 젊음과 각성, 도전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에너지 음료의 주 성분인 카페인은 뇌의 아데노신 수용체를 차단해 졸음을 억제하며,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집중력과 각성을 유도한다. 질병관리청 국가정보포털에 따르면, 200~300mg의 카페인은 각성 효과를 내지만, 400mg 이상 섭취할 경우 불안, 심계항진, 떨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청소년은 체중이 적고 내약성이 낮아 적은 양으로도 강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수면 장애, 성장 저해, 위장 질환, 분노 증가 등의 문제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NS에는 ‘약사가 추천하는 조합’과 같은 콘텐츠가 퍼지고, 시험 기간이 다가오면 새로운 음료 레시피가 급속도로 확산된다. 질병관리청 조사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고카페인 음료 주 3회 이상 섭취율은 2015년 3.3%에서 2019년 12.2%로 증가했고, 2020년 조사에서는 청소년의 30%가 하루 3병 이상의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카페인 함량도 주요한 문제다. 식약처에 따르면 에너지 음료 250mL의 카페인은 약 80mg, 커피음료는 약 103mg, 전문점 커피 400mL는 약 132mg에 달한다. 체중 60kg 청소년의 하루 권고량은 150mg이지만, 음료 두 캔만으로도 이를 초과하며, 음료를 혼합해 마실 경우 권고량의 2~3배를 쉽게 넘기게 된다.
이러한 과도한 카페인 섭취는 수면 저하, 피로 누적, 더 강한 자극 추구라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국가정보포털은 고카페인 섭취가 청소년의 불안, 분노 증가, 수면 장애, 성장 방해, 심장과 위장 질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단기적인 집중력을 위해 선택한 혼합 음료가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체력과 학습 능력을 저하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혼합 음료 문화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경쟁 중심 교육 환경, 만성적인 수면 부족, ‘지치면 안 된다’는 사회적 압박이 만들어낸 집단적 생존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젊은 세대가 얼마나 깊은 피로에 놓여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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