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DMZ 군사분계선 재정비 위해 북한에 군사회담 공식 제안

비무장지대 내 북측 작업 중 잇단 MDL 남하… 우발적 군사충돌 우려 커져
1953년 설치된 표식물 대부분 사라져 남북 경계 인식 엇갈려
경고방송·경고사격 이어지는 긴장 속 “군사분계선 기준선 설정 논의하자” 제안

비무장지대에서 군사분계선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국방부가 북한에 남북 군사회담을 공식 제안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남북 회담을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방부는 17일 오후 담화를 통해 DMZ 내 군사분계선 기준선을 다시 정하기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 개최를 북측에 제안했다.

김홍철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최근 북한군이 DMZ 내에서 전술도로와 철책선을 설치하고 지뢰를 매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인원이 MDL을 넘어 우리 지역을 침범하는 상황이 지속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작전수행절차에 따라 경고방송과 경고사격을 통해 북한군을 MDL 이북으로 퇴거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군의 MDL 침범과 우리 군의 대응이 반복되면서 DMZ 내 긴장이 높아지고 있으며, 자칫 남북간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회담 필요성을 강조했다.

군사분계선을 둘러싼 혼선은 오래된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체결 직후 같은 해 8월, 군사정전위원회 감독 하에 약 500m 간격으로 1천200여개의 표식물이 설치됐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상당수가 훼손·유실됐다.

결정적 사건은 1973년에 일어났다. 유엔군사령부 측이 표지판 보수 작업을 진행하던 중 북한군의 총격으로 작업이 중단됐고, 현재는 약 200여개의 표식만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표식이 사라진 구간이 늘면서 남북이 실제 경계선 위치를 다르게 인식하는 구역도 생겼다. 김 실장은 북한군의 반복된 MDL 침범에 대해 “1953년 정전협정 체결 당시 설치했던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상당수 유실돼, 일부 지역의 경계선에 대해 남측과 북측이 서로 인식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또 “우리는 미국 GPS 정보를 활용하지만 북한은 러시아 정보를 활용하면서 약간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우리 군은 이러한 혼선을 줄이기 위해 2004년 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과 함께 원본 지도상의 군사분계선을 실제 지형과 맞추는 작업을 진행해 현재 군사지도에 반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남아 있는 MDL 표식물을 우선 기준으로 삼되, 표식 확인이 어려운 구간에서는 군사지도에 표시된 MDL 좌표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회담 제안은 이런 기준을 남북이 함께 점검하고 새롭게 합의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국방부는 회담 방식과 절차에 대해서도 입장을 내놨다.

김 실장은 “구체적인 회담 일정, 장소 등은 판문점을 통해 협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군사회담 틀 안에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남북 군 통신선이 모두 단절된 상황이어서, 우리 측 제안은 ‘유엔군사령부-북한군’ 채널을 통해 북측에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안은 끊어진 남북 군사 대화 채널을 복원하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남북 군사회담은 2000년 이후 국방장관 회담 2회, 장성급 회담 10회, 실무회담 40회가 열렸다. 하지만 2018년 10월 제10차 장성급 회담 이후 7년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이 2023년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 발언을 통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뒤 대화에 응하지 않고 있어, 북측이 이번 제안에 어떤 태도를 보일지 주목된다.

국방부는 "한반도 긴장완화와 군사적 신뢰회복을 위한 제안에 대해 북측의 긍정적이고 빠른 호응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군은 DMZ 내 군사분계선 기준을 명확히 하는 작업이 우발적 충돌을 막고,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 군사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