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차세대 AI '제미나이3' 출시… 검색창에 바로 들어온 "역대 가장 똑똑한 모델"

출시 첫날 검색서비스에 바로 투입… 스스로 시장 잠식 감수한 강한 자신감 드러내
제미나이앱 월간 6억5000만 돌파… 안티그래비티·딥싱크 확대

구글이 드디어 칼을 빼들었다.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제미나이3'를 발표하면서, 이번에는 자사의 핵심 수익원인 검색 서비스를 전면 재편하는 파격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생성형 AI 전쟁이 시작된 지 2년여, 구글은 이제 방어가 아닌 공격으로 전환하고 있다.

자기 시장을 잠식하는 용기

제미나이2.5 공개 후 몇 달 만에 등장한 제미나이3는 출시 방식부터 다르다. 구글은 새 모델을 발표하자마자 핵심 서비스인 검색에 곧바로 투입했다. 이용자는 검색창에 평소처럼 검색어를 입력한 뒤 ‘AI 모드’ 탭으로 이동하면, 기존 챗봇과 유사한 형식으로 제미나이3의 응답을 바로 받아볼 수 있다.

순다 피차이 구글 CEO는 “출시 첫날부터 제미나이 모델을 검색에 적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제미나이3를 적용한 구글 검색의 AI 모드는 일단 미국 시장에 먼저 적용하고, 한국 등 다른 국가에는 이후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단순한 기술 업데이트가 아니다. 광고 클릭으로 수익을 만들어온 전통적 검색 모델을, AI 대화형 인터페이스로 대체하겠다는 선언이다.

구글이 자사 비즈니스 모델의 근간을 흔들면서까지 이 모델에 베팅한 이유는 명확하다. 더 이상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주도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절박함이다.

추론 능력으로 차별화, 벤치마크로 증명

구글은 제미나이3의 정체성을 "추론 능력"에서 찾는다. 피차이는 이 모델이 "전례 없는 수준의 깊이와 뉘앙스를 이해할 수 있는 최첨단 추론 능력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단순히 문장을 그럴듯하게 이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짧은 질문 속에 숨은 맥락과 의도까지 파고든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구글이 꺼낸 무기는 벤치마크다. 인공지능의 사고·추론 능력을 측정하는 '휴머니티스 라스트 이그잼(Humanity’s Last Exam)'에서 제미나이3는 37.4점을 기록하며 GPT-5.1과 클로드 소넷 4.5를 포함한 모든 경쟁 모델을 제쳤다.

또 다른 평가에서는 박사급 추론 역량을 재는 HLE에서 37.5%, 경시대회 수준의 난이도로 구성된 ‘매스아레나 에이펙스’에서는 23.4%를 기록해 기존 최고 기록을 크게 웃돌았다. 이용자의 직접 평가 기반인 LM아레나 리더보드에서도 제미나이2.5 프로와 그록4.1을 제치고 1,501점으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구글은 이와 같은 기록을 통해 제미나이가 과학·수학 등 방대한 분야에 걸친 복잡한 문제를 높은 신뢰도로 해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물론 벤치마크 점수가 실제 사용 경험과 일치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구글이 이 숫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적어도 '성능 싸움'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규모의 게임에서 이미 앞서 있다

규모의 경쟁에서도 구글은 자신감을 숨기지 않는다.

코라이 카부크쿠오울루 구글 딥마인드 CTO는 “제미나이3의 활용 규모가 빠르게 커질 것”이라며 “제미나이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가 6억 5000만 명에 달하고 1300만 명의 개발자가 실제 업무에 제미나이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색 결과에 AI 요약을 붙이는 ‘AI 오버뷰’는 월간 20억 명이 활용하고 있다는 설명도 내놨다.

오픈AI가 챗GPT의 주간 이용자를 공개하며 ‘사용자 수’를 내세운다면, 구글은 검색·앱·클라우드 전반에 걸친 이용 규모를 내세워 “우리는 이미 일상 깊숙이 들어가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셈이다. 이는 단순한 숫자 경쟁이 아니라,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고 더 빠르게 모델을 개선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구조적 우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에이전트 시대를 향한 포석: 안티그래비티와 딥싱크

이번 발표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의 축은 ‘도구와 에이전트’다.

구글은 개발자용 플랫폼 '구글 안티그래비티'를 함께 공개했다. 프롬프트 입력창과 명령줄, 브라우저 창을 하나로 통합해 코드 작성부터 실행까지 한 화면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조시 우드워드 구글 랩스 부사장은 제미나이3가 “구글이 개발한 모델 가운데 가장 뛰어난 코드 생성 능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구글은 연구용 확장 버전 '제미나이3 딥싱크'(DeepSync)'도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딥싱크는 안전성 검증을 거친 후 '구글 AI 울트라' 유료 구독자 대상으로 우선 제공될 예정이다.

이는 AI가 단순히 답변을 제공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작업을 대신 수행하는 '에이전트'로 진화하는 흐름에 대한 구글의 답이다. 검색에서 대화로, 대화에서 실행으로. 구글은 이 전환점에서 먼저 다리를 놓으려 한다.

경쟁사를 향한 미묘한 메시지와 천문학적 투자 뒤에 숨은 패권 전쟁

흥미로운 것은, 구글이 이번 발표에서 경쟁사에 대한 미묘한 견제도 숨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챗GPT를 비롯한 일부 모델이 과도하게 친절하고 “당신은 훌륭하다”는 식의 과장된 칭찬을 내놓는 ‘아부성 발언’ 논란이 반복돼 왔다.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는 이를 겨냥하듯 "제미나이3은 진부한 칭찬이나 형식적인 답변이 아니라, 사용자가 실제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고 말했다. 구글은 제미나이3에 대해 "아부성 발언을 줄였다"고도 강조했다.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연례 개발자 행사 '이그나이트 2025' 일정에 맞춰 발표 시점을 잡은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번 발표는 기술 경쟁인 동시에, 이미지와 포지셔닝을 놓고 벌이는 심리전이기도 하다.

물론 이 거대한 경쟁의 이면에는 막대한 비용이 깔려 있다.

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 빅테크 4개사의 올해 총 설비·인프라 투자가 3800억달러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오픈AI는 GPT-5 시리즈를 연달아 업데이트하며 추격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제 승부는 벤치마크 점수 몇 점으로 갈리지 않는다. 누가 더 빨리, 더 안정적으로 AI를 검색·개발·산업 현장에 녹여내고, 이를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로 연결하느냐가 진짜 싸움이다. 구글이 자사 검색 광고 모델을 흔들면서까지 제미나이3를 전면에 내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가장 똑똑한 모델은, 가장 책임 있는 모델이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서 보면, 검색창의 응답 문장이 조금 자연스러워지고, 업무 도구 속 자동화 기능이 더 똑똑해지는 변화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것은 ‘누가 미래의 정보 관문을 장악할 것인가’를 둘러싼 거대한 패권 경쟁이다.

제미나이3는 그 게임에서 구글이 내민 새로운 패다. 문제는, 이 패가 정말로 "가장 똑똑한 모델"이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신뢰와 책임까지 증명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벤치마크 1위는 출발점일 뿐이다.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사용자들이 이 모델에게 무엇을 요구하고, 사회가 어떤 기준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제미나이3의 진짜 가치가 판가름 날 것이다.

구글은 검색을 재정의했다. 이제 남은 질문은, 그들이 책임도 재정의할 수 있느냐다.

 

사진=구글,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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